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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886824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5-03-25
책 소개
목차
나의 옳은 왼손
구멍 난 코트
땅굴
첫사랑의 교훈
가짜 꿀, 가짜 나
연습용 인간
사라지는 땅
지름길 마다하는 지각생
안녕만 하세요
살려는 자, 귀여워'하'라
미운 놈 딸기 하나
특선 모둠회
고추였던 것
마이웨이코어
피어싱
새해
손맛 없는 할머니
쥬단학을 모르세요?
홈스테이 그랜마, 그랜마 스테이 홈
말을 하지 그랬어
물속의 나이테
하품
오, 해
친구가 될 확률
솔
있었다
잔돈
사불상
항해를 위한 증거
굴렁쇠와 다람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럼 나는 대단히 크게 변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배가 뒤집힐 것 같은 폭풍우를 만나도 내일을 기대하는 미련한 사람이 되어버렸을 뿐이다. 내가 가는 항해에, 보너스 코인을 숨겨둔 할머니가 또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자꾸만 희망에 부풀고 꿈을 키우는 그런 사람 말이다.
사실 그동안 그 버릇으로 몇 가지의 꿈도 이루고, 사랑도 이루었다. 500원 몇 개로 꽤 큰 소득 아닌가. 이다음에 세월이 흘러, 나도 동전을 숨겨놓는 사랑스러운 할머니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세월이 무섭지 않느냐지만, 나는 아직 받지 못한 선물이 있는 것처럼 설렌다.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이는 쪽에 가까운 거니까 말이다. 하늘 위로 한가득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머리 위로 쏟아지는 것. 개중엔 따끔한 부스러기도 있겠지만, 분명히 반짝이는 것 말이다.
--- <구멍 난 코트>
그러나 불안은 어때. 불안은 늘 계획적이고 구체적이고 치밀하다. 언제나 내 곁에 숨어 있다가 등장한다. 하던 것도 멈추고 내 몸에 찰싹 붙어서는 다양한 불행의 경우의 수를 읊어대지. 그러니 늘 불행이, 불안이 이겼다. 치밀하게 그려내는 불안은 한껏 무게를 가지고 나를 현실로 내려놓는다. 그래. 그럼 희망도 좀 구체적으로 그려보면 어때. 아무리 작은 거라도 바짝 모으면 불안감을 이길 만큼 무거워지지 않을까.
--- <땅굴>
나는 생각한다. 오늘의 나에게서 진짜였던 부분을. 아니 진짜 가짜를 가리지 않는 법을. 살이 찐 나, 밥을 거르는 나, 안쓰럽게 말라버린 나, 백수가 되어 얼굴이 핀 나. 모두 자리를 잡은 다음의 나만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인생이 복잡한 이유는 정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답이 많아서다.
--- <가짜 꿀, 가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