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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키우기

산토끼 키우기

클로이 달튼 (지은이), 이진 (옮긴이)
바람북스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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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키우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산토끼 키우기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3801246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6-01-15

책 소개

코로나 시기 시골집에서 산토끼 새끼를 만난 정치 고문의 기록이다. 길들이지 않으려는 돌봄을 통해 야생의 생태와 인간 중심적 삶을 돌아본다. 자연과 공존하는 감각을 회복하게 만드는 논픽션이다.
★영국 올해의 웨인라이트상 수상
★영국 도서상 올해의 책 최종 후보
★<뉴욕타임스> <선데이타임스> <슈피겔> 베스트셀러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에 대해 얼마나 자주 무감각해지는가. 진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책.”
_매트 헤이그(『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라이프 임파서블』 작가)

“서로 예상치 못한, 종종 놀라운 방식으로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바라보는 관찰의 기술”
_<월스트리트 저널>

코로나19 셧다운으로 삶이 멈춘 순간,
작고 연약한 새끼 산토끼를 만났다


최근 50년간 전세계 야생동물 개체수의 평균 73%가 감소했다. 인간 활동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가 극심해진 탓이다. ‘인류세’라는 용어가 진지하게 논의될 정도로 인간이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지질학적 규모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실제 자연 생태계가 어떻게 병들어가고 있는지 잘 모르거나 큰 관심이 없다. 전세계 인구의 과반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고(한국은 90% 이상), 현대 도시의 삶이란 도시 밖 생태계에 관심을 갖기 어려울 만큼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산토끼 키우기』의 저자 클로이 달튼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영국에서 정치 고문, 외교 정책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해온 저자에게 국경을 넘나드는 출장과 잦은 회의, 눈앞의 업무에 매진하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삶의 양식이었을 것이다. 정치와 외교 등 지극히 인간적인 일에 집중하느라 반려동물을 키우기는커녕 자기 자신의 일상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던 삶. 뜻밖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더라면 워커홀릭인 저자가 도시 밖의 생태계에 관심을 두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산토끼 키우기』는 코로나19 셧다운 시기 시골집에 머물다가 우연히 야생 산토끼 새끼를 키우게 된 저자가 새로운 세계에 눈뜨는 과정을 담은 논픽션이다. ‘야생’ 산토끼라고 표현했지만 엄밀히 말해 산토끼hare는 토끼rabbit과 달리 인류가 가축으로 길들이는 데 성공한 적이 없는 동물이다. 말하자면 모든 산토끼는 야생 산토끼다. 토끼처럼 굴을 파는 대신 나무와 덤불, 구덩이 등에 보금자리를 틀고 그 어떤 동물들보다 빠르게 점프하고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습성을 보면 그야말로 야생성이 강한 동물이기도 하다. 산토끼들은 빠른 속도 때문에 인간들의 흥미로운 사냥감이 되거나 사냥개의 자질을 테스트하기 위한 목표물이 되는 등 온갖 수난을 겪곤 한다. 저자는 산책을 나갔다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산토끼를 만나고 오랜 망설임 끝에 집으로 데려온다. 순전한 우연과 즉흥적인 판단에 의해 시작된 산토끼 키우기. 저자는 새끼 산토끼를 무사히 성체로 성장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목표로 세심하게, 인간의 방식으로 길들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산토끼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다.
저자는 누구에게도 유용한 조언을 들을 수 없어서 문 닫은 도서관에서 우편으로 보내준 책을 읽으며 산토끼에 대한 정보를 찾아나선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산토끼들의 생태와 역사에 대해 알아나가고, 동시에 새끼 산토끼를 돌보며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확인하기도 한다. 저자가 돌로 지은 오래된 시골집에서 독서하고 사무를 보는 동안 정원을 뛰어다니며 무럭무럭 자라는 산토끼의 이야기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어떻게 하면 산토끼의 야생성을 해치지 않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새끼 산토끼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을 정도로 야생동물을 인간의 뜻대로 길들인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 산토끼를 방해하지 않으려 업무 시간을 조정하기도 하고 TV나 라디오를 틀지 않고 자동 조명도 꺼둔다.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과 삶의 터전을 나눠 쓴다는 건 꽤 번거롭고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인공의 소음이 잦아든 곳에는 나무와 풀을 스치는 바람과 온갖 새소리, 깜깜한 어둠과 잠잠한 사색의 시간이 찾아온다.

서로 다른 종 사이에 자리잡는 돌봄과 사랑
우연한 만남과 연결은 어떻게 환대와 공존으로 나아가는가


저자는 산토끼를 데려와 돌보는 동안 인간의 손길이 야생동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강박적이라고 할 만큼 조심한다. 우리에 가두거나 행동반경을 제약하지 않고 새끼 때 분유를 먹일 때를 제외하고는 안아 올리거나 쓰다듬지도 않는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일반적인 반려동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산토끼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산토끼와 함께하는 삶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이윽고 성체가 된 산토끼가 정원 돌담에 올라앉아 야생의 들판과 인간의 정원 가운데 어느 쪽으로 뛰어야 할지 선택해야 할 시간이 온다. 문을 열어주고 내보낼까 고민하던 저자가 산토끼에게 선택의 공을 넘기는 순간 둘 사이는 좀 더 동등해진다. 이제 일방향의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산토끼는 들판에서 야생의 동족들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한 후에도 여전히 저자의 집을 찾아와 쉬고 먹고 잠들고 급기야 실내에다 새끼를 낳기까지 한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저자에게 산토끼를 키우는 과정은 난처함과 머뭇거림으로 가득하고 산토끼가 바깥 나들이를 시작한 후에는 야생동물에게 닥칠 수많은 위기를 생각하며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산토끼는 천적의 공격이나 불의의 사고, 무엇보다 인간의 사냥이나 기계를 이용한 대규모 농업으로 인해 죽거나 다치기 십상이다. 게다가 번식이 잦고 개체수가 많다는 이유로 별다른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저자는 산토끼를 키우고 공부하면서 인류가 문명을 쌓아올리는 동안 피해를 입어온 모든 동식물에 대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낀다. 무심코 집 주변의 풀을 깎고 농지를 넓히는 행위가 야생동물의 은신처를 없애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는 이웃 지주들을 모아 나무를 심고 연못과 습지를 복구하기도 한다. 인간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기심과 경제적 효율을 내려놓을 때 세상은 좀더 살 만해지는 것이다.
『산토끼 키우기』는 새끼 산토끼를 키우는 과정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리는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생활의 변화를 나란히 전개하고 야생동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조그마한 생명체를 키우는 동안 저자가 갖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다. 트랙터가 지나간 텅 빈 들판에서 죽은 산토끼를 맞닥뜨리고 철렁하는 장면이나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던 산토끼가 아무렇지 않게 돌아와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걸 보고 안도감을 느끼는 장면 등은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일이 때로는 고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언제든 상실과 슬픔이 닥쳐오리라는 걸 알면서도 산토끼가 야생의 들판으로 깡충깡충 뛰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열정적으로 커리어를 쌓고 코스모폴리탄으로 살아가던 저자가 그냥 반려동물도 아니고 ‘무려’ 산토끼를 키우면서 시야를 확장해 나가고 마침내 자신의 생활 양식까지 바꿔나가는 모습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서로 다른 종 사이에 우연한 만남과 연결이 어떻게 환대와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갖가지 위기 앞에 서 있는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목차

프롤로그 13

1부
겨울날의 새끼 산토끼 19
유대 33
생후 한 달, 어린 산토끼 49
이름 없는 산토끼 61
5월의 나날들 : 마녀 산토끼 73
독립 85
생후 4개월의 행동 반경 99
8월의 가벼운 발걸음 115

2부
어리지 않은 산토끼 131
궁극의 신뢰 147
두 살배기 산토끼의 경이로움 159
산토끼라는 동물 171
맑은 하늘에 날벼락 185
피로 물든 수확 195
비밀 통로 209

저자 후기 227
역자 후기 241

책속에서



본능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확신이 없었다. 일단은 해가 질 때까지만 집에 데리고 있다가, 밤이 되면 있던 자리로 다시 데려다놓을 생각이었다. 내 손이 직접 닿지 않도록 길가의 마른 풀을 한 움큼씩 뜯어 모은 다음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 갑자기 달아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풀로 감싼 새끼 산토끼의 몸뚱이를 양쪽에서 잡아 가슴 높이까지 들고는 우리 집 뒷문까지 몇 백 미터를 걸었다.


나는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대지를 스치는 바람의 미세한 떨림과 나무를 때리는 바람의 깊은 울림이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바람이 잦아들면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하늘과 나무와 대지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풍경이었고 인간의 집에서 나는 인공적인 울림이나 소음과는 달랐다. 나는 냄비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물 트는 소리, 말소리를 더 의식하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소리가 녀석에게 어떻게 들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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