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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정신분석학
· ISBN : 9791192986586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26-04-23
책 소개
망상 속 ‘영향 장치’에 대한 최초의 정신분석
“여기 번역된 타우스크의 글 두 편은 초기 정신분석 이론의 주변부적 문헌이 아니다. 그의 글은 프로이트 시대 정신분석 이론의 자장 속에서 형성되었지만, 그 ‘이론’으로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권위와 복종, 동일시와 반발의 실제적 긴장들이 함께 서려 있다.” - 옮긴이 해제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의 ‘b판고전’ 시리즈 서른세 번째 책으로 프로이트 정신분석 그룹 속 비운의 연구자 빅토르 타우스크(1879~1919)의 <영향 장치·자위에 대하여>가 한국 최초로 완역되었다. 타우스크는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살한 탓에 아들러, 융, 랑크 등에 비해 훨씬 덜 알려졌으나, 그가 남긴 소수의 논문들은 정신분석 이론의 핵심 지대를 건드린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두 편의 글―<조현병에서 ‘영향 장치’의 기원에 대하여>(1919)와 <자위에 대하여>(1912)―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읽히고 인용되는 소중한 텍스트다. 정신분석의 고전인 다니엘 파울 클레버의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b판고전 26)을 번역했던 이화여대 김남시 교수가 타우스크의 이 책을 번역했다.
<영향 장치>는 조현병 환자들이 호소하는 기묘한 망상―정체불명의 기계가 자신에게 이미지를 보여주고, 생각과 감정을 주입하거나 제거하며, 발기와 사정을 유발하고, 설명할 수 없는 신체 감각을 일으킨다는―의 기원을 추적한다. 타우스크는 단 하나의 비전형적 사례에서 출발한다. 31세 여성 환자 나탈리야 A.가 묘사하는 장치는 기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관 덮개 같은 몸통은 벨벳으로 감싸여 있고, 내부는 배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치에 가해지는 모든 조작이 그대로 환자의 신체에 느껴졌다. 인간을 닮았던 이 장치는 점점 인간의 형상을 잃어간다.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사지가 달려 있었으나 몇 주 후 납작한 그림으로 바뀌고, 성기는 어느 시점에 사라져 버렸다. 타우스크는 이 왜곡 과정에서 핵심 논제를 끌어낸다. 영향 장치란 외부 세계에 투사된 환자 자신의 신체이며, 장치의 점진적 비인간화는 환자가 자기 자신을 그 안에서 알아보지 않으려는 방어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자위에 대하여>는 1912년 빈 정신분석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글이다. 타우스크는 자위를 좁은 의미의 성적 쾌락 추구가 아니라 자기 신체를 통한 방향 설정, 곧 자기 보존 충동에 근거하는 활동으로 재정의한다. 자위가 병리적이 되는 것은 행위 자체 때문이 아니라, 문화적 규범이 개인에게 금욕을 요구하는 시기에 그것이 유아적 단계에 고착될 때다. 특히 타우스크는 권위적인 아버지의 양육 방식이 내면화되어 자녀의 성을 유아적으로 머물게 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는데, 이는 프로이트가 1923년 <자아와 이드>에서 정립하는 ‘초자아’ 개념을 선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에 실린 타우스크의 글 두 편은 비록 짧지만, 인간의 망상 속에 ‘장치’가 영향을 주는, 즉 기계 문명이 조현병과 결합하는 최초의 사례들을 포착할 뿐 아니라, 프로이트의 개념을 선취하는 등 선지자적 면모를 지닌다. 정신분석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넘어 20세기 사상사와 이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타우스크의 이 책은 필수적인 고전이다.
목차
영향 장치 _ 7
자위에 대하여 _ 71
ㅣ옮긴이 해제ㅣ_ 113
책속에서
“세계 내의 무엇인가가 다르게 존재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왜 그것이 평소에는 균일하고 변화 없이 일어나고 나타나는지 검토할 계기를 얻는다. 우발적인 발생 조건들에 대한 탐구가 일반적인 발생 조건들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것이다.” (<영향 장치> 중)
“조현병적 영향 장치는 신비로운 특성을 갖는 기계다. 환자는 그 장치의 구조를 암시적으로만 진술할 수 있다. 그 장치는 상자, 크랭크, 레버, 바퀴, 버튼, 전선,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다. 교육받은 환자들은 자신이 가진 기술적 지식을 동원하여 장치의 구조를 추측하려 애쓰는데, 기술 관련 학문이 대중화되면서 점차 기술에 활용되는 자연력이 그 장치의 기능을 설명하는데 도입된다. 환자들이 박해받는다고 느끼는 이 기계의 기묘한 효과들은 그 어떤 인간의 발명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영향 장치> 중)
“이 환자의 사례는, 장치가 기계라는 망상 형성물 없이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 발달 단계의 하나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영향 망상 증상이다. 환자는 박해자가 장치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암시를 통해 영향을 행사하려던 시도가 실패한 이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녀가 장치에 대해 이전에 들었던 적이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 또한 정신분석가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하는 이를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믿는다는 사실이, 그가 그 사람에게서 오래된 사랑-이마고를 다시 발견하고 있음을 말해주듯, 이 장치를 어렴풋이나마 다시 알아본다는 건, 그녀가 장치의 영향에 휩쓸리기 훨씬 전부터 이미 그 장치가 불러내는 효과를 알고 있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그녀가 지금은 영향 장치의 탓으로 돌리는 영향받는다는 감정을 이전에도 이미 느꼈었음을 말해준다.” (<자위에 대하여>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