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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3044216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4-11-25
책 소개
목차
1부 다른 출생
외국인은 아니지만
걸어도 걸어도
다문화 아이
시간이 멈춘 곳
옛날 집
2부 엄마의 안녕
통일교회
농부 남편의 조력자
어디에나 이모들이
한국어 수업
바이링구얼 환상
무엇이든 어디서나 한꺼번에
필리핀 가족
한국식 필리핀 가정식
엄마의 꿈
3부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나만 모르는 세상
혼자만의 방
배려와 차별
나와 닮은 아이
신고 전화
나의 최선
시작과 끝
나가며 어떤 책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작은 키에 마른 몸, 투 블록과 상고머리를 오가는 커트 머리, 25호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톤 업이 되는 피부와 짙은 쌍꺼풀을 가졌다. 만나는 사람이 고만고만한 시골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오고 나서는 외모에 관한 질문을 자주 듣는다.
연애를 하기는커녕 일면식도 없던 외국인 둘이서 처음 만난 날 곧바로 혼인 신고서에 서명을 했고 사흘 후 합동결혼식을 통해 가정을 이뤘다. 나는 자라면서 그런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 같았다. 엄마와 아빠의 결혼이 개인적으로도 이상한 선택이지만,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마다 언제나 나를 붙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내 동생들.
우리 집에 정 같은 것을 붙인 적 없다고 여겨왔는데. 그냥 태어나 보니 우리 집이었다. 아주 어릴 때는 남들도 당연히 다 이런 줄로만 알다가 차츰 다른 집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되면서 우리 집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집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나 추억 따위는 없는 줄 알았다. 남기고 싶은 것보다 버리고 싶고 잊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부서지고 어긋나고 비뚤어진 옛집을 싹 허물고 반듯하고 깨끗한 새 집을 얻는 것이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눈물이 계속 흘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