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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3063897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03-2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그날 그곳의 재즈가 오늘 이곳의 당신에게
즉흥연주의 비결은 잊어버리는 것
1월 | 고장 난 피아노로 만든 아름다운 기적,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
실수를 환영하는 유일한 음악
2월 | 가사를 잊어버린 실수를 극복하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베를린 콘서트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을 수 없는
3월 | 스탄 게츠의 라이브 유작, 케니 배런과 함께한 코펜하겐 클럽 공연
인생이 그러하듯, 갈등도 재즈의 일부
4월 | 전통 vs 현대의 대결, 메리 루 윌리엄스와 세실 테일러의 뉴욕 콘서트
자유란 노력한 자에게만 허락되는 선물
5월 | 비밥 황제들의 전설적인 무대, 더 퀸텟의 토론토 콘서트
예측할 수 없어서 더 신비로운
6월 | 어느 트리오의 예기치 못한 종말, 빌 에반스 트리오의 뉴욕 클럽 공연
계획 좀 틀어지면 어때
7월 | 극영화에서 다큐멘터리로, 버트 스턴의 〈한여름밤의 재즈〉
재즈가 사랑을 만나면
8월 | 무대 위 세 개의 사랑, 칼라 블레이의 샌프란시스코 콘서트
음악 안에서 우리는 모두 친구
9월 | 보사노바의 아버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을 위한 상파울루 트리뷰트 콘서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10월 | 소음을 음악으로 바꾸다,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샌프란시스코 콘서트
진실한 음악은 악보 너머에 있다
11월 | 짧지만 강렬한 우정, 델로니어스 몽크와 존 콜트레인의 뉴욕 콘서트
재즈에 틀린 음이란 없다
12월 | 그들의 이유 있는 안티 뮤직,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시카고 클럽 공연
에필로그 |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 위의 즉흥연주자
부록 | 재즈 거장들이 말하는 JAZZ
참고자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제 당신은 이 책을 통해 매달 한 통씩 ‘재즈’라는 이름의 음악이 전 세계 도시를 돌아다니며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게 될 것입니다.
1월에는 전석이 매진된 콘서트를 시작하기 직전 피아노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키스 자렛의 재즈’로부터, 2월에는 공연 중 노래 가사를 잊어버린 ‘엘라 피츠제럴드의 재즈’로부터, 6월에는 자신이 애정하던 베이시스트와 영영 이별할 줄 꿈에도 모른 채 아름다운 합주를 펼친 ‘빌 에반스의 재즈’로부터, 마지막으로 12월에는 스무 살 차이가 나는 어린 후배들과 함께 새로운 실험을 펼치던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로부터 말이죠.
열두 편의 편지를 찬찬히 읽다 보면, 재즈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당신만의 답도 살며시 떠오르리라 생각합니다. 라이브 무대에 오른 음악가들이 재즈의 역사에 새겨넣은 이야기에는, 온갖 위험과 장애물이 도사리는 현실을 오히려 창조의 기회로 삼아 도약하는 재즈 정신의 에센스가 담겨 있으니까요.
-프롤로그
“이제 호텔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피아노를 구하는 데 실패했음이 확실해지자, 키스 자렛은 천천히 발걸음을 공연장 밖으로 돌렸습니다. 베라는 얼른 공연장에 있던 남자 형제에게 그를 호텔까지 차로 바래다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간 예술가들의 편의를 위해 몸에 익힌 습관대로 반응한 것이었죠.
그런데 베라는 문득 이 상황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키스 자렛을 호텔로 보내 버리면 오늘 밤 공연 취소를 더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거죠. 어느새 키스 자렛은 조수석에 올라타 있었어요. 비는 여전히 쏟아지는 중이었고요.
“잠깐만요!”
베라는 우산도 없이 허겁지겁 오페라하우스의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차 앞을 막아섰어요. 그러고는 조수석 문을 열고 키스 자렛을 똑바로 쳐다봤죠.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기 위해서 말이에요.
“당신이 오늘 밤 연주를 하지 않는다면 저는 정말 곤란해질 거예요. 그리고, 당신 또한 그러리라고 생각해요.”
키스 자렛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베라의 얼굴을 한동안 쳐다봤어요. 그녀의 앳된 얼굴에선 눈물과 빗물이 뒤엉켜 흐르고 있었죠. 이 침묵이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던 그때, 마침내 키스 자렛은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어요.
“알았어, 연주하지. 하지만 잊지 마. 이건 오직 널 위해서 하는 거야.”
-1월: 즉흥연주의 비결은 잊어버리는 것
미세한 흔들림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입부는 무사히 넘어갔어요. 사고는 역시 그 마의 구간에서 터졌습니다. 칼잡이 맥히스와 루이 밀러, 제니 다이버, 수키 토드리 등의 이름들이 마구 뒤섞이는 구절 말이에요. 엘라는 가사를 완전히 잊은 듯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와 동시에 공연장의 공기도 얼어붙었죠.
그런데 바로 그때, 엘라의 입술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노랫말이 흘러나왔어요. 그건 엘라가 즉흥적으로 지어 부르는 것이었죠.
오, 이 곡의 다음 가사가 무엇일까요?
지금 부르는 건 내가 모르고 부르는 거예요
이 곡은 스윙 곡이자, 지금은 히트곡이 된 곡이죠
그래서 우리가 들려드리려고 했답니다, 맥 더 나이프!
관객들은 믿을 수 없었어요.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그 실수를 망설임 없이 음악의 일부로 끌어안는 대담함. 그건 그야말로 자유로운 재즈 디바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까요.
-2월: 실수를 환영하는 유일한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