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087121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4-04-08
목차
범재 이야기 ... 7
그 외 인물 이야기 ... 100
에필로그 ... 135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 나이 마흔. 사회적으로는 성숙한 나이지만 인생을 충분히 파악하기에는 내 기준 턱없이 부족한 나이. 나는 서른일곱에 한 가정의 가장에서 한 가장의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한 어린 생명의 엄마도. 사회에 자리 하나 차지하고 앉은 나는 충분한 만족감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아주 가끔 나의 청춘이 그리워 앨범을 펼칠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와 쓰리긴 하지만 과거를 묻고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살아보니 과거의 모든 것들이 부질없이 느껴졌으니까. 나는 그때 왜 그런 일로 걱정을 했을까, 왜 쓸데없는 고민을 달고 살며 스스로를 가엾고 불쌍한 존재로 만들었던 걸까. 그러나 그런 기억 뒤에 숨어있는 좋은 기억들 역시 늘 함께 찾아왔기에 나의 회상은 언제나 죄책감을 동반했다.
- <무인도> 중에서
끝이 났다. 모든 것에는 끝맺음이 있는 법이라지만 이건 너무 급작스러운데. 사장님은 멍하게 서 있는 내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소리쳤다. 손님들 모두가 초점 나간 눈을 한 나를 동정 어린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무슨 일이냐고, 어린 학생을 왜 그렇게 구박하느냐고 언성을 높이지도 않는다. 옆에서는 나머지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대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사과하고 있다. 한 가족은 불판 위에 고기를 그대로 둔 채 영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식당을 빠져나갔다. 사장님이 나가는 그들을 힐끗 보며 얕게 욕을 내뱉었다.
“쌍놈 새끼 하나 때문에 손님을 잃었네. 그것도 다섯을.”
사장님은 불룩한 배를 출렁거리며 뒤돌다 나에게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