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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093115
· 쪽수 : 150쪽
· 출판일 : 2023-09-18
목차
1부 나의 변방 모과나무
달아난 못
골리앗의 도시
나의 변방 모과나무
둥근 슬픔
흔들리며 피는 집
빛의 그늘
보리 한 알, 이 푸른 존재감
씨아가 놓친 씨
모퉁이의 햇살을 기억해
소리 한 송이
기억의 먼 곳까지 가로등
괭이밥
각이 없는 슬픔
항아리 안 살얼음
2부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것들
흰빛을 터뜨리는 아침
맹물의 속성
사각지대
자작나무가 쓰는 가을
끄트머리
꽃샘
빚은 달
한 끼의 바다
수평선
맥문동을 끓이는 오후
바람으로 부는 파랑
가을 숲길을 걸으며
목련 결심
용추폭포의 기억
3부 손끝에서 천천히 살아나는 시간
연꽃 등 아래
눈사람 아버지
여름 타고 흐르는 밤
깊은 배려
어제는 언제 갔나요
빈 화분
사라짐에 대하여
회전하는 직진
봄비에 젖다
경칩이라는데
처서 소묘
소엽 풍란
구석의 온기
호수, 봄 수선소
4부 머위 순 같은 언어 하나 자라났다
사과가 익어갈 때
이 비 그치고 햇살 돋으면
잠시 멈추고 어깨를 기대는
사진 그리고 사진눈물의 뿌리
그 등잔 불빛
한 점 햇살로 펼치면
유리병 그리고 벽
식물 경전
껍데기의 내력
초록으로 가는 길
기다림을 늘이는 길
상추씨 털다가
패각의 시간
해설 _ 내밀한 기억과 시의 접착력
이성혁(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래 걸었습니다.
어제와 내일 사이에서
주름지고 낡아가는 것들
그대로 따듯하게 다독여 주고 싶습니다.
여린 풀꽃 한 송이도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있어
담담히 건네지는 위로가 있듯
누군가에게
그런 언어로 다가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3년 9월
하호인
달아난 못
못 하나 또르르
싱크대 밑으로 쏘옥
무릎을 꿇고 엎드려 손을 뻗었지
먼지 낀 구석에서 더듬더듬 찾아내
기어이 끌려 나온 못
무거운 액자 목 휘어지게 걸고
벽 속에서 버티는 일이 고단했던 게지
불이 번쩍이게 두들겨 맞고
고개 비틀리도록 참다가
무게를 벗고 달아난 게지
나의 변방 모과나무
나의 변방 모과나무꽃이 질 때보다 어두웠다
아침과 밤낮 변함없는 허기
나지막한 담장을 넘나들며
연분홍 작은 꽃송이 피어나는 집 뒤 골목길은
이사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찾아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성소였다
대문을 열기 싫거나 두려울 때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간간이 비가 내리고 꽃향기 내려앉는 그 길로
쪼그리고 앉아 모과꽃 한 송이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자꾸만 한쪽으로 기울었다
풋풋한 모과 한 알의 무게로
숨겨진 허방 같은 아찔한 길목에서도
모과나무 숨소리를 떠올리면 단단하게 설 수 있었다
울고 싶은 날
그게 그러니까 가시 같은 걸음조차
누군가에게 위로이자 기쁨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득 가벼워지는 것이다
꽃잎, 바람처럼 털고 일어선
그 자리가 꿈의 시작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나의 변방
모과나무 골목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