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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0673370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5-12-10
책 소개
목차
지니의 퍼즐
한국어판에 부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인생의 톱니바퀴가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 건 5년 전의 일이다. 내게는 전생과도 같이 먼 과거다. 기억은 단편적이고 전부 다 생각나진 않지만, 어쩐지 오늘은 이것저것 떠오를 것만 같다. 퇴학을 당한 탓인지도 모른다. 플래시백이 엄청나다. 두통도 있고 구토 증상까지 있다. 이유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만 머릿속에 어설프게 떠오르는 영상이 멈춰주면 좋겠다. 그저 그뿐이다. 달리 바라는 건 없다. 누가 이걸 읽을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 얘기에서 뭘 배우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기를. 그건 큰 착각이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니는 이제 막 조선학교에 왔기 때문에 우리말을 못 해요. 지니가 조선말을 배울 때까지 이 반은 당분간 일본말로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지니가 조선말을 빨리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알겠죠?”
량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했다. 몇 명인가가 차가운 눈초리로 날 봤다. 나는 서둘러 시선을 피하며 얼굴을 숙였다.
최악이다. 조금만 더 있다가는 표정뿐만 아니라 입에서도 그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조선학교는 일본말 사용 금지였다. 그런데 나 하나 때문에 당분간 일본말로 수업하게 됐다. 학교생활의 서막으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으로 태어나 일본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우리는 필연적으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했다. 아주 간단하지만, 끝까지 해내기 무척 어려운 선택이다.
―누구보다 먼저 어른이 될지, 아니면 다른 애들처럼 미쳐 날뛸지.
일본 초등학교에 있을 때, 나는 ‘먼저 어른이 되는 길’을 골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날뛰고 다니면 언제든 날뛴 쪽이 욕먹기 마련이다. 설령 차별을 받았다고 해도, 날뛰고 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