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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0673370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5-12-10
책 소개
『호밀밭의 파수꾼』에 필적하는 혁명적인 소설의 탄생!
★★★★★ 제59회 군조신인문학상 수상작 ★★★★★
★★★★★ 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 수상작 ★★★★★
★★★★★ 제67회 예술선장신인상 수상작 ★★★★★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작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가 수상하며 데뷔한 군조신인문학상, 미우라 시온, 니시 가나코 등이 수상한 오다사쿠노스케상을 비롯해 뛰어난 예술적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일본 문화청이 수여하는 예술선장신인상까지. 권위 있는 일본의 신인 문학상 세 개를 모두 석권하고 아쿠타가와상 수상 후보에도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던 『지니의 퍼즐』이 복간되어 새 옷을 입고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지니의 퍼즐』의 작가 최실은 재일조선인 3세로,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니며 겪었던 자전적인 경험을 반영해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는 고독한 십 대 소녀의 투쟁’이 담긴 보편적인 성장소설로 풀어냈기에 그 의미가 더더욱 크다. 기성 작가와 문학상 심사위원 들로부터 “틀림없는 걸작”, “주인공 지니에게서 위태로울 정도의 생명력이 엿보인다” “사람들에게 꼭 알리고 싶은 책”이라는 등의 찬사를 받았고, 출간 이후에는 “『호밀밭의 파수꾼』에 필적하는 혁명적인 소설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2만 5천 부 이상 판매되는 등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유 없는 냉대와 위협을 견디며 살아가는
한 재일조선인의 고백이 일본 전역을 뒤흔들다
‘재일교포’라는 단어에는 ‘해방 전부터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과 그 후손들’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중에는 스스로를 ‘재일한국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역사적인 개념을 강조하는 호칭으로 ‘재일조선인’이라고 불리기 원하는 사람도 있다. 자발적으로, 혹은 강제로 일본에 살게 되었어도 뿌리가 한반도에 있음을 의식하는 것은 어느 명칭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가깝고도 먼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민족의 상처를 끌어안고 ‘낯선 땅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폭력을 견디면서도 어떻게 자신을 찾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들의 존재를 가장 대중적으로 알린 것은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였다.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의 가족사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코리안 디아스포라’ 서사와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명했다.
재일조선인의 당사자성을 가진 작가가 쓴 소설도 일본에서 출간되며 화제를 일으켰다. 바로 『지니의 퍼즐』이다. 이 소설은 재일조선인 3세인 한 십 대 소녀가 폭력과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최실 작가는 주인공 지니와 같은 처지로 태어나 겪었던 아픔과 경험을 이 책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저자는 ‘태어나서부터 어디에도 집이 없는 기분’을 느끼며 자신이 있을 곳이 어디인지 줄곧 찾아 헤맸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일본 사회를 비롯해 미국과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노골적인 차별과 폭력을 겪었던 작가는 절박함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해내듯이 써 내려갔고, 그 원고를 군조신인문학상에 응모하여 끝내 당선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일본 현지에서도 출간되자마자 ‘조선학교 학생들이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줄 몰랐다’, ‘일본이 평화롭고 안전하다는 건 이민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일은 아닐까?’ 등의 감상을 불러일으키며 독자들에게 차별과 공존이란 무엇인지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겁 없는 불꽃을 내뿜으며
가슴 한구석을 뜨겁게 풀무질하는 성장소설
등하교 시간에 마주친 자동차에서 느닷없이 들려오고, 같은 반 아이에게 인사했다가 듣게 된 단어 ‘조센징’.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의 초등학교에 다녔던 주인공 박지니는 어느 순간 자신이 평범한 일본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로 지내게 된 조선학교는 익숙하지 않은 조선말과 여학생이라면 입어야 하는 치마저고리 교복, 강당이며 교실마다 붙어 있는 거대한 두 초상화까지 낯선 것으로 가득하다. 조선말로 쓰인 시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모든 답을 ‘김일성, 김정일’로 적어 내어 교무실에 불려가기도 하고, 선배들과 싸움에 휘말리는 등 좌충우돌 학교생활을 하던 어느 날.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체육복 차림으로 등교하라는 학교의 지시를 미처 듣지 못한 지니는 평소와 다름없이 치마저고리 교복 차림으로 등굣길에 나선다. 하지만 ‘언제 욕설이나 주먹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긴박한 분위기’에서 낯선 이들에게 휘말리는 바람에 무사히 등교하지 못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다. 그날부터 지니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다. 3주간 등교를 거부하다가 조선학교에서 퇴학당하고, 하와이의 학교에서도 쫓겨나고, 오레건의 학교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이제는 세 번째로 퇴학 처분을 앞두고 있다. 기댈 곳을 찾지 못해 자포자기한 지니. 지니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내 삶의 자리는 어디인가?”
이리저리 돌려 봐도 맞지 않는 조각처럼
세상에 들어맞지 않는 모든 작은 것들을 위한 이야기
지니는 일본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조선학교로 전학 가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써온 일본 이름을 쓸 것인가, 아니면 가족들이 붙여준 조선어 이름을 쓸 것인가. 일본학교로 돌아갈 것인가, 조선학교에서 적응할 것인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지니가 차별과 폭력을 어디서 어떻게 마주하고 생존할지 결정된다. 하지만 이런 질문이 과연 경계 밖에 놓인, 지니 같은 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일까? 현대인 또한 집단 안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고는 한다. 나이, 성별, 출신 지역과 학교, 직장 등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따르거나 맞추지 못했을 때 따라오는 어색한 침묵이나 미묘한 배제는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지니는 세상과 타협하거나 정해진 자리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대신, 자신만의 작은 혁명을 일으켰다. 지니에게 혁명이란 대단히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을 위협하는 부당한 체제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었다. 지니가 한 행동은 경계에 선 한 연약한 존재가 가혹한 현실에 맞서서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켜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지니는 우리에게 묻는다. 세상이 정한 자리에 자신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지니처럼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갈 것인지. 『지니의 퍼즐』은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다룬 재일조선인의 이야기인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한 성장소설이다.
목차
지니의 퍼즐
한국어판에 부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인생의 톱니바퀴가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 건 5년 전의 일이다. 내게는 전생과도 같이 먼 과거다. 기억은 단편적이고 전부 다 생각나진 않지만, 어쩐지 오늘은 이것저것 떠오를 것만 같다. 퇴학을 당한 탓인지도 모른다. 플래시백이 엄청나다. 두통도 있고 구토 증상까지 있다. 이유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만 머릿속에 어설프게 떠오르는 영상이 멈춰주면 좋겠다. 그저 그뿐이다. 달리 바라는 건 없다. 누가 이걸 읽을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 얘기에서 뭘 배우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기를. 그건 큰 착각이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니는 이제 막 조선학교에 왔기 때문에 우리말을 못 해요. 지니가 조선말을 배울 때까지 이 반은 당분간 일본말로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지니가 조선말을 빨리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알겠죠?”
량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했다. 몇 명인가가 차가운 눈초리로 날 봤다. 나는 서둘러 시선을 피하며 얼굴을 숙였다.
최악이다. 조금만 더 있다가는 표정뿐만 아니라 입에서도 그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조선학교는 일본말 사용 금지였다. 그런데 나 하나 때문에 당분간 일본말로 수업하게 됐다. 학교생활의 서막으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으로 태어나 일본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우리는 필연적으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했다. 아주 간단하지만, 끝까지 해내기 무척 어려운 선택이다.
―누구보다 먼저 어른이 될지, 아니면 다른 애들처럼 미쳐 날뛸지.
일본 초등학교에 있을 때, 나는 ‘먼저 어른이 되는 길’을 골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날뛰고 다니면 언제든 날뛴 쪽이 욕먹기 마련이다. 설령 차별을 받았다고 해도, 날뛰고 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