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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093320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23-12-16
목차
1부 숨을 키운 바람
및
오검문자를 읽다 1
오검문자를 읽다 2
물밑 경전
연鳶
돌의 눈동자
돌의 날개
자루
손에 말아 쥔 것이 내 목숨인가요
맹어
장군죽비
접이의자
노을에 덧나다
입을 닦는 일
2부 그림자도 그늘도 없이
지우개
한탄, 강
춤추는 귀
은근을 흔드는
오늘의 새
스페니시 모스
등판, 우린 참
정자새
겹장
봄눈에서 돌멩이까지
소화불량
부채
겨울 강
터진 울타리
3부 공중에 실금 하나 출렁
이별 밖
벙어리저금통
종이 인형
홍련암
가시연
물끄러미 바라보면
햇살 동냥
고양이 체위
회전교차로
회전근개 파열
세상의 모든 첫니
가윗밥
이름값
치통의 시절
4부 기억의 안쪽에서 흑백사진 몇 장
전단지
압핀
냅다 후려치다
말 거는 손
엄마 한 필
카푸치노
해방된 여자
분꽃
웃음
개다리춤 김 사장
봄하늘 한잔
왈츠의 간격
과학도 농담
유정의 뜰
해설 _ ‘곁’을 불러들이는 어떤 말들
김효숙(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및
어둠 속에 섬처럼 흔들리는 것들이 있다
제 할 일 다 하고도 사라지거나 다가오지 못하는
조각조각 부서지는 영상을 본다
디지로그 속 낭만적 거짓 세상에서 ‘및’이 조각들과 나란히 걸어간다
갓난아기를 업듯 가진 무게를 다 받아줄 수는 없지만
걸치고 나면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및’
사이가 돈독해진 이웃들이 이웃을 부른다
그리고, 또, 그밖에
뛰어내린 햇살이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에서 그네를 타듯
한 덩어리로 출렁이는 끈끈한 적수들
오늘도 독립을 꿈꾸는 ‘및’이 모 씨와 모 씨에게 지친 어깨를 내주고 있다
그러고도, 그러지 않고도 싶은 저녁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버리지 않아도 되는
대체 공휴일 같은 평화주의자가
결단을 유보한 채 건들거리며 걸어간다
껍질에 불을 붙이면 사부작사부작 노래를 하지
멀리 불 밝히고 마지막 한 문장이 남을 때까지 갈등하지
내가 원한다고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니니까
바람 불면 11월이 해진 가슴을 토닥이지
우선이 아니면 차선을 일깨워 새로운 자세를 가다듬지
모든 시작은 자작나무니까
―「오검문자를 읽다 1 ―ᚁ의 비밀」 부분
ᚙ의 말
배회한다
여덟 개의 막대가 바다 위에 만든 열두 개의 구멍을 품고 바다의 살점을 이야기한다 블루와 그린을 조금씩 닮은 바다가 날실과 씨실의 속살을 슬그머니 드러내는 새벽
(중략)
호기심이 많은 아이가 살고 있는 바다
매운 기운을 회오리쳐 허공에 뽑아 올리는 해변가 너도밤나무에게
족장님이라고 부르는 아이의 눈빛이 잿빛으로 물들어간다
―「오검문자를 읽다 2」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