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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16911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06-05
책 소개
목차
여는시
이따위 세상에 사랑 10
1부
붉은 비 14
복서 16
태엽 사람 18
불타는 행성 20
AI 사랑 22
기억 속으로 온다 24
발광다이오드 별 26
우리는 모르는 사이 28
모래와 바람의 전언 30
즐거운 하루되세요 32
기억 캡슐 34
글라이더 36
달콤한 공기의 세계 37
2부
비보이 40
먼지 얼굴 42
엘도라도에서 춤을 43
날마다 기적 44
직립 기억 46
타임 루프 48
이륙 자세 50
버섯구름 축제 52
랄랄라 54
가로등 징검다리 56
눈물 지층 58
3부
황금 혀를 위하여 60
화양연화 62
네가 없는 행성에서 64
스릴러 시 66
얼음 행성 68
그대 뱃속에 유골이 70
엔딩 드라이브 72
풀잎 전쟁 74
도둑들 76
봄꽃, 저수지 개들이 온다 78
역전 뒷골목 캘리포니아 모텔 80
클릭, 클릭합니다 82
밤 개 84
새는 빗속에서 뼈마디 뒤틀어 길을 바꾼다 86
러시안 룰렛 87
4부(Ⅰ)
쿠바에서 룸바 90
햇살 속으로 내리던 비 92
그리고 또 생은 흘러갔다 93
도시 미아 94
장마 96
어떤 엔딩 98
중년을 만나다 100
칸나가 아름다운 날 102
세 개의 달에게로 초대 104
플라타너스 수화 106
4부(Ⅱ)
해변에서 108
그래도 봄이었다 110
너에게 불러주던 노래 112
사진 114
전학 간 아이 116
떠도는 산책 118
잊힌 약속 120
산문
문예사조라는 허상 122
저자소개
책속에서
붉은 비
붉은 비가 내린다.
죽은 자의 자세로 서 있는 창문
날아가 버린 콘크리트 벽
잔해들
도시를 뒤덮는 그림자마저 붉다니
살을 뚫고 들어오는
방사능 빗방울 함성,
공중을 걸어 다니는 먼지 발자국
햇살과 바람의 냄새를 맡던 코가 사라진 두개골
증발해버린 피가
구름으로 회오리쳐 떠다니다가
세슘에 섞여 비로 내린다.
지나가 버린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수만 년째
붉은 비만 내리고 있다.
비보이
컵밥이 좋아,
자판기가 던져주는 하루가
가볍게 음미하는 삶에 오우, 소리 질러
버튼을 누르면 위이잉 쏟아져 나오는
바코드 찍혀 있는 하늘 바다 들판
뜨거운 물 부어서 2분 30초 기다렸다가 먹는
어디까지 날아오를까.
동전 하나로 되살아나는 웃음이 싫어
날개는 잘린 것인지, 삭제되었나?
대낮에도 즉석 별들이
은하수 유성으로 떠다니는
두 평 반 옥탑방에서 퍼덕거리다가
뒹굴뒹굴 반지하에서 질척거려보다가
뻥 내쫓겨, 시멘트 바닥을 굴러
비보이 춤을 춘다.
햇살 속으로 내리던 비
쨍쨍 햇살 빛나는 5월
바람 두둥 부는 날이었지.
비를 맞으며 걷자 했지.
셔츠 속으로 목을 밀어 넣고
플라타너스 가로수 이파리 아래를
비명을 지르면서 달렸지.
제과점 그늘막 밑에서
어깨를 감싸 안았던가.
세레나데 음표로 떨어지는
둘만의 빗방울 속
꽃물결 오선지 위로 걸어가자
마주 보며 웃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