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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388204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5-09-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노을이 예뻐 보였을 때
헬로, 마이 쁘렌
여자 셋이 여행을 떠나면
나의 솔롱고스, 몽골 01_우리는 결국 모든 걸 내려 놓았다
나의 솔롱고스, 몽골 02_고비(Говь)는 말 그대로 고비((苦比))다
나의 솔롱고스, 몽골 03_불편해야 낭만이지
겨울의 겨울로 01_쫄보에서 떳떳한 호구가 되기까지
겨울의 겨울로 02_붉은 광장의 구애춤
겨울의 겨울로 03_희미한 오로라, 선명한 농담
나의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은영, 파리에 가다
넝 바이, 적당히 사랑할 줄 모르는
가족 여행의 조건 01_딘타이펑보다 중요한 것
가족 여행의 조건 02_우육면 앞에서 무너진 효녀의 멘탈
가족 여행의 조건 03_우리가 모르는 서로의 피로
상하이 벌쓰데이
연두색 수제비를 찾아서 연두색
여행을 끝내는 여행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인도에서는 무언가를 하려면 시간적인 여유와 이 사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다. 기사님은 별 소득 없이 다시 힘겹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구멍 난 부위를 피해 셔츠를 몇 번 더 툭툭 쳐가면서 길을 안내했다. 겨우 화장터 근처 골목에 도착했다. 길을 가르쳐 주는 동안 내심 짜증도 났지만 내려야 한다니 아쉽기도 했다. 미리 50루피를 더 얹어서 준비해 둔 150루피를 건네려고 하는데, 기사님이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V를 만들었다.
“투 헌드레드 루피.”
당했다, 당했어. 150루피밖에 없다고 하는데도 기사님은 자꾸 애교를 부린다. 그래, 귀여워 보이면 끝이지. 결국 기사님이 원하는 200루피를 드리고 박서우와 나는 200루피의 합당함에 대해 얘기했다.
“자전거 릭샤 재밌었잖아.”
“그래, 날이 너무 뜨겁긴 했어.”
낙관적인 호구들의 패턴은 늘 이러했다. 이해되지 않는 금액이어도 일단 지불하고, 이해는 우리 둘만 남았을 때 신속히 진행했다. --- ■ [헬로, 마이 쁘렌] 중에서
사람을 무섭게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가장 용감한 사람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박서우가 공포에 질렸다. 넷 중에 가장 씩씩한 박서우의 도리도리로 빈연주가, 조은희가 그리고 몽골 유경험자인 나까지 무너졌다. 1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 차라리 노상방뇨로 틀자.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으로 세상의 지혜를 배운 나는 화장실 바로 옆으로 그녀들을 안내했다.
“내가 먼저 쌀게.”
주저하는 여인들을 위하여 몽골 유경험자인 내가 나섰다. 당황스러움과 존경이 뒤섞인 눈알 여섯 개가 나를 향했다. 허리춤을 만지작거리니 셋이 일제히 뒤를 돌았다. 어딘가로 떠날 줄 알았던 셋은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군대라고는 예능에서 본 게 다지만, 전우애가 이런 걸까. 도로 끝에 더 이상 차가 오지도 가지도 않는 것을 확인하고 풍성한 풀 뒤에 쪼그려 앉았다. 이 또한 흘러가리라.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쉬한 영향력이었다. --- ■ [우리는 결국 모든 걸 내려놓았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