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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412138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3-11-27
책 소개
목차
1부 처음 본 울음의 이름은 당신
고고
베이비박스
생존 일지(? ~ ?)
간성
나+너≠우리
동명이인
나쁜 위로
딱지왕
주먹의 맛
무용담
폐소공포증
오래된 미래의 인형극
미아들
소문들
2부 불길한 이름
호명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다
벌 1
벌 2
벌 3
벌 4
벌 5
불청객
기원전 고소공포증
원치 않아도 일어나는 일들
환절통
유산
침묵의 모양
빨강은 잡종
내가 모르는 나의 이름들
3부 내가 모르는 이름
내게 너무 무거운 이야기
비극의 후예들
어색한 분장으로 만나
나만 부를 수 없는 노래
늙은 애인
이종교배
네안데르탈인 세레모니
누가 내 악몽을 키웠나
플라워
거꾸로 그린 자화상
전당포에 가면
간이식당
눈물은 슬픔이 흘리는 몸짓이다
늦은 저녁
4부 무명
어르신 유치원
불면증 1
불면증 2
악수례
옆집에 과일이 산다.
행복의 나라
빈손
무명 배우
몸값
부고 문자
꿈값
부당한 일
해 질 녘 먹는 사탕
반칙한 슬픔
해설
불길한 존재, 인간의 본성에 관한 명상
—양병호(시인, 전북대 국문과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세상의 얼룩인 당신, 울음에서 격리된 채 첫 눈물을 분실했나요 더 이상 울지 못해 울음마저 배설했나요 당신이 쏟은 세상에는 얼룩 하나 없네요 당신의 방향에서 우리 만나요 출출한 애착이 선택한 텅 빈 울음에서 당신을 찾을게요 얼룩이 흐려지면 좀 더 울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적응하면 흔적이 될 수 있을까요 세상에서 당신을 지울 테니 당신의 자국도 함께 숨겨요 처음 본 울음의 이름은 당신, 잉태한 대가는 눈물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네요 차라리 세상에서 우리가 마르면 당신의 결말을 지울게요 삭제된 세상의 얼룩에서, 당신이 뱉은 내가 당신을 뱉을 때까지.
―「고고(呱呱)」 전문
나보다 늦게 작명소에서 태어난 이름이 있었다.
보자기에 곱게 싸인 채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던 이름이었다.
한번은 학교에서 나와 다른 옷을 입고 있는
내 이름을 처음 보았다.
친구들은 내 이름 주위에 몰려와
내 이름을 귀찮게 했다.
나는 내 이름을 구하려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친구들은 내 이름을 데리고 흩어졌다.
나는 내 이름과 점점 멀어졌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낯선 아이가 선생님 앞으로 걸어갔다.
친구들이 손뼉을 치며 나를 흘깃 쳐다보았다.
나는 내 이름을 보자기에 싼 채
선생님과 낯선 아이 옆을
조용히 지나 교실 문을 나섰다.
나를 잡는 이들은 없었지만
내 이름을 연신 부르는 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렸다.
―「동명이인」 전문
비가 오면
젖는 것은 무섭지 않아요.
비가 와도
젖지 않는 사실이
무서울 뿐이죠.
―「폐소공포증」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