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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412220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4-01-30
책 소개
목차
1부 온 세상이 까매지도록 서 있었다
단 하나의 의자
탑동
남문사거리
알프라낙스
셔틀런
푼크툼
여삼추
빈 중심
모라토리엄
문경수
이번 역은 합정, 합정역입니다
서향
시를 씹는 밤
화마
2부 이 사람 그때 밥은 먹었으려나
섬망
말릴 수 없다면
울면서 달리기
버드 아일랜드
래커 스프레이
장난감 강아지 해리
스턴트
새연교
그림으로 가는 사람
건입
사이키델릭
미드나잇 선즈
하트세이버
카운트다운
3부 천사들은 무영등을 켜고
세화
네 멋대로 써라
정명
아침 드라마
골든타임
양면 코트
DNR
웨어러블 캠
퇴원
장지
습성
졸업
염
5월 8일
애월
표식
4부 얼룩진 꿈으로 문 앞을 서성이면서
초심
미장
때때
4B
자율학습
낡은 바다를 입고 잠들면
옹포
올레길
승희미용실
상생
유전
자유시간
아파트
해설
먼 지평, 시와 삶 사이의 말들
—최진석(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의자는 그의 유일한 벗
죽으려는 뜻마저 온몸으로 지지해 주었지만,
살아 보려고 뭐라도 하려는 인간과
죽어 버릴까, 망설이는 인간은 한통속이어서
그를 위해 마련된 단 하나의 의자는 다리가 부러졌다
―「단 하나의 의자」 부분
엊저녁엔 품에 죽어 가는 새를 안고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잰걸음했었지
살릴 수 있어. 살 수 있어. 살 거야.
그렇다면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나 정도면
나 정도 쓰면
이 도시의 잉걸불을 아름다운 점묘화라 말할 수 있나
그런 말을 가슴에 품는다고 다 시인인가
아, 오늘도 기어코 새는 죽지를 않는구나
―「남문사거리」 부분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는 없고
마주하게 되는 영 엉뚱한 사람들
울고 웃고 때론 고개 숙이고
또 부끄러워지고
경수야, 이만큼은 해야 사람들이 알아봐
이름 석 자를 내걸고 산다는 건
한뉘 거리에 나뒹굴며 세상이 알아줄 때까지
치욕을 짓씹는 유치한 짓은 아닐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려도 수년째
광장에 주저앉아 생존권을 요구하는 보통 사람들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저치라며 욕 들어도
살아내기 위해
이름 같은 건 버린 이들을 모른 척 지나치면
양쪽으로 늘어진 흥성이는 먹자골목 간판들
얼굴을 내건 주방장의 웃는 눈과 마주친다
야, 문경수! 쪽팔린 줄 알아, 새끼야, 좀 제발.
사람들이 제 이름을 소리 내 부르지 않는 까닭
알면서도
뭐라도 된 듯
나 아냐고
나 들어 본 적 없냐고
같은 이름의 누군가를 불러 본다
버려선 안 될 것을 버려 가면서까지
그게 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
―「문경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