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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412732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4-12-19
책 소개
목차
체육 시간
한배가 띄워졌네
‘큰 아이’가 되는 길
촉바람과 오늬바람을 잡아라
경성연합소
기습 경보
잇고도 할 줄 모르는 자랑
좌궁수는 불길하다
궁술(弓術)이 궁도(弓道)가 되어도
만월(滿月)
만작(滿酌)
해설
질곡의 운명을 떨치고 주체적 삶으로 잇는 날 선 활쏘기
—김홍정(소설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좌궁수는 불길해!”
오른손으로 줌통을 잡아 태산을 밀듯 앞으로 버티고, 왼손으로 호랑이 꼬리처럼 펴서 시위를 잡아 끌어당겼다. 밀고 당기는 힘이 거의 같았을 때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며 지사(遲射)했다. 깍짓손을 놓을 때 들이마셨던 숨을 내쉬면 화살은 과녁에 닿을 수 있었다. 찰나의 짧은 순간이지만 집중해야 했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몸이 바로 알아채 화살은 과녁을 빗나가게 된다.
―「체육 시간」
만월과 국화는 비슷한 또래였다. 키도 비슷하고 옷차림도 비슷하고, 말할 때 습관적으로 사람을 위아래로 훑는 버릇까지 비슷했다. 국화는 안으로 들어가 두례를 불렀다. 두례는 낯선 사람의 방문에 잔뜩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작업을 멈추고 팔짱을 낀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헛기침을 하면서 옷감 속으로 손을 넣으며 손님을 들여보내라고 했다. 두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경계한다는 뜻이다. 국화는 만월을 안으로 안내하는 척하면서 일이 생기면 부엌으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 제일 위쪽 서랍에 숨겨 둔 걸 꺼낼 일이 없길 바랐다. 국화와 두례는 만약을 위해 집 안 곳곳에 흉기를 숨겨 두었다.
―「체육 시간」
치사했으나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꼴찌에서부터 출발해야 했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것도 해 보면 여러 번 해 본 사람과 차이가 있었다. (…중략…) 아쉬운 게 있을 때는 비굴해도 참아야 한다는 게 만월의 원칙이었다.
“이보게, 프렌드. 활 쏘는 법을 가르쳐 준다면 내가 일주일 동안 화장실 청소할게. 아니면 기숙사 청소를 대신 해 줄까?”
“일주일이 아니라 이 주일.”
“그러면 거래가 성사된 거야. 딴소리하지 마. 나도 이 주일 동안은 참아 볼게.”
그렇게 만월과 여경의 거래가 오갔으나 활을 배우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겨우 활시위를 당겼을 때는 상사점도 몰라 대충 당기면서 쏘았다. 화살은 과녁을 아예 빗나가 뒤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한참 과녁에 못 미쳐 연전길 근처에 떨어졌다. 만월은 화살을 주우러 갈 때마다 분노의 대상자를 찾아 씩씩거렸다.
―「한배가 띄워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