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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412893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5-03-27
책 소개
목차
1부 잠자는 녹색 그림자
플랫
베란다 숲 기억
막대 그늘
프랙탈
구름사다리
물 아래 저녁
셔터
계주
루프
겨울 저녁 식사
잔광
비 온 뒤 숲속
오렌지빛 터널
기계 새와 노래하는 굴뚝
배웅과 마중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2부 도시의 시간
행렬
문과 밖
돌 아래 해변
오후가 되면 서쪽으로부터 한 뼘
아지트
나선 아이 둘
일월의 창턱
캐럴
알사탕 분홍 루
동거
얼음 상자 배달
미도착
두 사람
벤치와 낮잠
실감
일과
모조 식물원 토우
야간 경비
3부 맞은편으로부터
기둥 사이로
공원의 맞은편 오후
너의 지나가는 사람
루의 자리
재생과 되감기 사이
저녁과 후렴
호수공원
돌아가는 사람
수풀과 풀숲
소리 나선 계단
횡목
산책
낱말 카드
모래 아이 이후
기도
아침의 계속
해설
나의 첫 심부름
—김진석(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엎드려 잠든 사람의 꿈에선 새들이 날지 않는대,
날려 보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떠올리며
우리는 매일 엎드려 잠에 들었다
나란히 감은 눈으로 우리가 그를 알아보게 될까
(중략)
사실 그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
다만 빛 속에 있어,
한낮에 부풀어 오르는 커튼이
가끔은 인사 같다고 했다
―「잔광」 부분
한 템포 늦게 돌아오는 사람 모르게 문이 닫힌다
문턱을 선물 받은 아이들이
창가에 모여 액자를 완성하고
뒤늦은 사람은 벽돌 담벼락을 따라
반대쪽 입구로 갔다
비탈을 지나 반대쪽 입구로 갔다고 들었다
(중략)
뒤늦은 사람에게 속삭일 얼음 글자들이
입 속에 굴러다녔다
누군가 어깨를 떠밀며 지금이랬다
문은 등 뒤에서 한 번 닫히고 두 번 잠겼다
―「배웅과 마중」 부분
한 사람에게 가장 먼 곳은
자신의 뒷모습이었네
그는 그 먼 곳을 안으러 간다고 했다
절뚝이며 그가 사라진 거울 속에서 내가 방을 돌보는 동안
거실의 소란이 문틈을 흔든다
본드로 붙여 둔 유리잔 손잡이처럼
들킬까 봐
자꾸만 귀가 자랐다
문밖이 가둔 이불 속에서
나는 한쪽 다리로 풍경을 옮기는 사람을 본다
이곳이 아니길
이곳이 아닌 나머지이길
중얼거릴수록 그가 흐릿해졌다
이마를 기억한 손이 거울 끝까지 굴러가 있었다
거실의 빛이 문틈을 가를 때 그는 이 방을 겨눌 것이다
번쩍이는 총구를 지구 끝까지 늘리며
제 뒤통수를 겨냥한다고 해도 누구의 탓은 아니지
거울에 남은 손자국을 따라 짚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게 뒷모습을 안겨 주던 날 모서리가 처음 삼킨 태양을 생각했다
흉터를 간직한 햇살이
따갑게 몸 안을 맴돌고 있을 거라고
뒷모습뿐인 액자를 돌려세운다
거울 속에는
하얀 입김으로 떠오른 민낯들이 너무 많았다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