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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412930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5-05-19
책 소개
목차
방금 있었던 일
카피라이터, 김 과장
우체국 여자
네 찌찌를 찾고 싶다면 신도림역 4번 출구로 와라
오늘의 해시태그
한낮의 열기
하루
남은 건 명랑한 최선
해설
그 불안이 당신을 구원할 것이다
⎯진기환(소설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6차선 한복판에서 그는 두려움에 오도 가도 못했다. 죽으려고 결심했으면서 차에 치여 죽을까 봐 겁났다.
“뭐 해?”
보행 보조기를 밀고 가던 할머니가 보람의 어깨를 툭 쳤다. 할머니는 느긋한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모든 게 멈췄고 할머니만 고요하게 움직였다. 보람은 할머니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들이 횡단보도를 건넌 후에야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란불일 때 들어서기만 하면 세이프야. 괜찮아. 안 죽어.”
할머니가 말했다. 보람은 파란불, 세이프, 괜찮아, 파란불, 괜찮아, 웅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방금 있었던 일」 中
“아니, 근데 솔직히 김 과장님 혼자 편지 쓴 건 아니잖습니까. 보니까 AI 도움을 많이 받으셨던데.”
“지금쯤이면 깨달았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구독자들이 말하는 진정성이 제 노동의 흔적이고 가치예요. 저를 채용하실 마음이 없으신 거 같으니 이만 가 볼게요.”
-「카피라이터, 김 과장」 中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내게 조금 더 호의적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도 저들처럼 천진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천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욕망하는 것을 스스럼없이 욕망했을 것이다. 일만 시간의 시간의 법칙을 가볍게 뭉개 버린 것에 대한 욕망. 그것은 사유의 문제가 아니라 태생의 문제였다. 그것을 깨닫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우체국 여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