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509005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3-10-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그의 소식을 듣다
2. 손가락을 잃다
3. 따완을 만나다
4. 사랑이었을까
5. 다시 한옥학교로
6. 뒤늦게 알게 된 것들
7. 사랑을 말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 대상이 동성이면 동성애자라고 하던데 내가 그런 사람일 거라고는 정말, 맹세코 몰랐어.
매일 밤 나는 네 방 창 앞에 서서 창문으로 보이는 너의 그림자를 보다 돌아갔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서 당장이라도 어떻게 될 것만 같았거든.
전학을 간 학교는 정이 들지 않아. 너에게 느꼈던 감정을 다른 누군가에게서 느껴본 적 없어. 나는 그냥 동현이 너를 좋아한 건데, 게이니 뭐니 비난을 받는 게 이해되지 않아. 동현아 나 너무 외로워. 내 병을 고치겠다고 매일 기도하는 엄마도 못 보겠어. 모두에게 상처만 주는 나는 필요 없는 존재일지 모르겠어. 너와의 시간을 떠올리는 게 요즘 내 유일한 기쁨이야.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은 모두 행복했어. 사랑해 동현아. 내가 게이이건 아니건 너를 사랑하는 것만은 확실해. 너는 싫어하겠지만 나는 이 마음을 접을 수 없어.
어제는 햇살 가득한 산길을 너와 같이 걷는 꿈을 꿨어…. 한 번만 나를 만나주면 안 될까. 한 번이라도 너와 마주 앉을 수 있다면 조금은 견딜 수 있을 거 같아.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동현아.
오늘은 어땠어? 좋은 하루였기를 바래. 나는 모의고사를 망쳤어. 공부에 집중이 안 돼. 그냥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동현아.
오늘은 어땠어? 좋은 하루였길 바래. 너와 갔던 미술관과 헌책방을 갔어…. 구하려던 책을 발견했지만 기쁘지 않았어. 같이 이야기할 네가 없어 너무 외로워.
학원에서 도망쳐 간 곳은 삼촌 집이었다. 일주일을 머물렀다. 매일 조각을 했다. 삼촌은 조각하는 나를 옆에서 지켜보다 한옥직업학교를 권했다. 삼촌은 고추 농사를 지으며 가끔 한옥의 기둥 교체 작업이나 탁자 따위를 만드는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종일 하는 일이 자르고 깎고 파는 일이야. 마음 정리하면서 너를 들여다봐. 한옥이라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 산속에 있어 세상과 단절되었다는 사실까지도 나를 위한 장소처럼 여겨졌다. 한옥학교에 가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 아버지는 입시 준비를 계속한다는 조건으로 승낙했다. 산속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규칙적인 일정, 저녁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이점을 이용한다면 나쁜 조건이 아니라며 완강하게 반대하는 엄마를 설득했다. 노트북에 강의를 다운받아 매일 정해진 양을 공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한옥학교에 입학했다. 나무를 자르고 벗겨내면서 나무를 향한 진심을 깨달았다. 나무가 건네는 위로로 행복했다. 한옥은 조각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민우 형 덕에 목 조각을 배우는 전통문화대학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목수 시험과 검정고시를 치르고 나면 본격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목표가 생기면서 막연한 미래에 환한 빛이 깃들었다. 아버지를 설득하는 것이 순조롭지 않겠지만 내 진심을 보신다면 내 결정을 인정해주리라 믿었다.
사랑해 윤제야. 내 안에서 부유하던 말들이 마침내 출구를 찾아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랑해 윤제야. 다시 한번 소리 내어 말했다. 윤제를 향한 고백은 부메랑이 되어 내 가슴으로 날아왔다. 사랑한다는 말은 가슴 속에 뿌리를 내리고 단단해졌다. 작은 나무 하나가 내 안에서 싹을 틔웠다. 고개를 든 싹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나의 나무가 세상을 향해 가지를 뻗고 가지 끝에 윤제의 환한 웃음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