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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3607169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4-02-01
책 소개
목차
추천사 04
저자소개 05
2판에 대하여 06
프롤로그 09
01 露와 梁 노와 량 16
02 臣과 忠 신과 충 18
03 愛와 覺 애와 각 34
04 天과 廢 천과 폐 42
05 忠과 節 충과 절 53
06 能과 信 능과 신 66
07 殺과 火 살과 화 75
08 王과 戰 왕과 전 86
09 戰과 和 전과 화 94
10 忠과 愛 충과 애 100
11 忠과 孝 충과 효 107
12 敗와 忠 패와 충 114
13 猛과 殺 맹과 살 121
14 外와 內 외와 내 127
15 鼻와 殺 비와 살 135
16 勇과 智 용과 지 143
17 孤와 悲 고와 비 150
18 父와 子 부와 자 157
19 遁과 死 둔과 사 167
20 死와 死 사와 사 175
21 貪과 能 탐과 능 186
22 幸과 備 행과 비 194
23 身과 心 신과 심 201
24 海와 血 해와 혈 211
25 多와 華 다와 화 219
26 國과 民 국과 민 235
27 愛와 貴 애과 귀 244
28 由와 的 유와 적 274
32 武와 民 무와 민 286
33 進과 進 진과 진 295
34 雄과 賊 웅과 적 312
35 臣과 忠 신과 충 337
38 腐와 國 부와 국 358
39 兄과 國 형과 국 340
40 友와 敵 우와 적 348
41 賊과 敵 적과 적 352
부록 358
출간후기 374
저자소개
책속에서
겨울이 다가오는 광양만의 검푸른 파도가 유난히도 심란했다. 조선 수군 진영이 있는 묘도의 봉화산은 멀리 순천 예교성이 보일 만큼 좋은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 좌측부터 여수반도의 초입에 순천 예교성이, 정면으로 광양의 구봉산과 가야산이, 그 뒤로 백운산이 큰 능선을 형성하며 자리 잡고 있다. 백운산 뒤로는 조선의 영산 지리산이 백운산을 감싸는 듯 높은 기상을 뿜어내고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웅장한 형세로 시야에 가득했다. 그리고 우측으로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가 되는 진안 팔공산에서 발원한 섬진강이 광양만으로 흘러들고 그 앞쪽의 남해도 사이의 바다가 노량이다. 명나라 수군 진영 앞에 금호도와 태인도가 사이좋게 바라보고 있고 순천 예교성 앞에는유도와 장도가 자리 잡고 있다. 묘도*가 있는 광양만은 정면으로는 광양이, 오른쪽으로는 남해도가, 왼쪽으로는 예교성이 있는 순천으로부터 시작되는 여수반도가 깊숙이 감싸고 있다.
임진년 한산도로 가기 위해 이순신은 여수 전라좌수영을 출발하여 이 광양만을 거쳐 노량의 바다를 통과했다. 노량은 사천 등 경상 일대의 일본 수군이 순천의 예교성으로 가기 위해 통
과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노량해전이 발발하기 한 달 전인 무술년 1598년 10월, 순천예교성에 주둔하고 있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일본군을 공격하던 명나라 제독 유정과 조선의 도원수 권율이 지휘하는 조명연합 육군이 물러나자 조선 땅에는 더는 포성이 울리지 않았다. 광양만의 묘도에 주둔하고 있는 명나라 도독 진린과 조선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지휘하는 조명연합 수군은 순천 예교성의 일본군과 서로 대치하면서 지루한 소강상태를 지속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철군 명령이 내려졌고 일본군은 명나라와 강화를 통해 안전한 철수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광양만의 조명연합 수군은 순수하게 순천 예교성의 일본군을 보내주지 않았다. 진퇴양난에 빠진 고니시 유키나가의 생각은 명확했다. 그동안 명나라 육군 제독 유정에게 뇌물을
먹여 육상 공격을 저지하고 안전한 퇴로를 보장받으려 했다면 지금은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에게 뇌물을 먹여 조선 수군의 손발을 묶어 일본으로 가는 안전한 퇴로를 확보하려고 했다. 육로를 선택해 사천과 부산으로 갈 수도 있었으나 명나라와 조선의 육군이 약속을 어기고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육로도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고니시 유키나가는 진린에게 지극 정성을 다하기 시작했다. 진린도 더는 전쟁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지 고니시 유키나가의 뇌물을 마다치 않았다. 지난번 전투에서 사로잡힌 명나라 포로를 석방하고 2천의 수급을 주면 철군을 허용하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철군을 위해 소 요시토모와 의논해야 한다는 구실로 일본군 8명을 태운 소선 한 척이 남해도로 가는 것을 허용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예교성으로 들어가서 함선에 전리품을 가득 싣고 명나라 수군 진영으로 돌아왔다. 진린은 이순신에게 일본군의 안전한 철수를 요구했다.
이순신은 진린을 찾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노려보았다.
“통제사, 왜 이러시오. 인제 그만 고니시 유키나가를 놓아줍시다.”
“도독, 명나라 수군에게 같이 싸워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대신 조선 수군에게 저들의 길을 열어주라는 명령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순신은 무릎을 꿇으며 진린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조선 수군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도독께 드리겠습니다. 부족하다면 소장 책임지고 한양에 부탁해서라도 섭섭하지 않게 보상하겠습니다.”
“통제사, 전쟁은 끝났소.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십니까.”
“소장이 살아 있는 한 저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게 한양에 계시는 전하의 뜻이며, 죽은 제 막내아들의 뜻이며, 조선 백성들의 뜻입니다.”
“통제사도 어지간하십니다.”
이순신의 간곡한 청에 진린은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