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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615140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4-06-17
목차
시인의 말
1부 천지에 걸린 해
박찬희 씨의 돌막 12
거란의 아이 14
요하(遙河)의 여신 16
시라무렌 강에서 19
적봉(赤峰)의 하루 22
요서 지방 24
발해만을 바라보며 26
천지에 걸린 해 28
비사성(卑沙城) 30
압록강 유람선 33
2부 붉은 여뀌와 달개비, 쑥
콰이강의 다리 38
어느 시인 41
어떤 부탁 44
온통 꽃밭이었네요 46
바다를 지켜 주세요 48
이태원 참사 50
우리가 서이초 교사다 1 52
우리가 서이초 교사다 2 54
뜨거운 지구 56
껄껄 58
씨앗 하나 60
무릇 62
붉은 여뀌와 달개비, 쑥 64
3부 아래 아랫집의 수탉
현상과 존재 68
아래 아랫집의 수탉 70
살다 보면 살아진다 73
서울 거저리 74
고마운 노동 76
심야 N-버스 77
밭 거울 78
수요일 토요일 80
황금의 집 81
은행 84
신 월인천강지곡 86
시꾸다 88
4부 자귀나무꽃
중랑천 걷기 92
후박나무 차 94
오세암(五歲庵) 96
파꽃 98
살채기 정낭 100
자귀나무 꽃 102
형제 105
동행 108
마루 밑으로 숨다 110
도솔천 112
수락산 114
해설
난경(難經)을 걸어가는 방식│김춘식(문학평론가·동국대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박찬희 씨의 돌막
눅눅하고 무더운 여름날
2천 3백 킬로나 달려와 엎드린 곳
내몽고의 거대한 고인돌, 단군 제단 돌막 안
대여섯 명의 일행들과 돗자리 펴고
포도 몇 송이에 찻잔 올리며 삼배를 드린다
박찬희 씨는 전주 아니 김제 징게멩게
저수지 수리세 싸움을 떠올리면
지난날이 북받쳐 울음만 올라올 뿐
단군 조상이 다스리시던 나라가
이곳 내몽고까지 뻗쳤음이 아득하구나
어느새 만주에서 살던 조상들은 한반도 좁은
땅으로 내몰려 날마다 핵실험이다 사드다
수리세 싸움이다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안타깝구나
요나라 태조의 무덤이 이곳으로 이장移葬되어
성스러운 단군 제단은 요나라 태조의 묘[遙太祖墓]로
왜곡되고, 단군 제단의 글씨는 형편없이
훼손되었어도 저렇게 웅장하게 살아 있는 역사를
써 보이고 있다니! 단군 제단 돌막이여!
단군 제단 돌막 안에서 박찬희 씨가
차린 차례상으로 차례를 올리고
고조선 답사회 일행들과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수천 년 전
세월이 하루아침처럼 다가오는구나
눅눅하고 무더운 여름날
2천 3백 킬로나 달려와 엎드린 곳
내몽고의 거대한 고인돌, 단군 제단 돌막
박찬희 씨의 돌막
요하(遙河)의 여신
중국 내몽고 적봉시 우하량 유적
여신상이 밤마다 찾아와 누런 불을 밝힌다
황하 문명보다 일이천 년이나 앞선
BC 6,000여 년 전 유적지
누런 황토흙으로 빚어진 여신상,
그리스 비너스 상(像)처럼 늘씬한 팔등신은 아니지만
툽툽한 손과 팔다리, 몸통이
우리 할머니들을 많이 닮았다
고조선의 어머니신지 동이족의 어머니신지
알 수는 없지만 여신상의 비밀을 풀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윤내현 교수는 『고조선 연구』에서
고조선 단군의 어머니이신 웅족(熊族)의
조상일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천신족이며 이주족(移住族)이었던 환웅족과
결혼한, 토신족이며 선주족(先住族)이었던
웅족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원형 제단(壇), 여신 묘(墓), 적석총(塚)의 유적과
비파형 동검, 빗살무늬 토기, 수많은 옥기들은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서만 나타난다고 한다
요하인지 대릉하인지, 먼 강[遙河]의 한 자락
귀퉁이에서 다산(多産)과 풍요를 기도드리시던
우리 할머니실까?
여신상의 비밀을 풀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당시 그곳에 원형제단, 여신묘, 적석총(壇墓塚)을
만들고 부족국가 형태로라도 국가 형태를
보일 수 있었던 세력은 고조선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동북공정의 역사왜곡도 모자라
요하 문명, 홍산 문화를 자신들의 시원문명(始原文明)이라고
역사 개조, 역사 개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반도 끝단 남쪽에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한창이다
고조선 고대사, 아니 내몽고 적봉시
우하량 유적 여신상의 비밀을 밝힐 생각은
못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에
몰입하는 어리석음이여!
오늘도 먼 강의 여신상은
누런 황토빛 불을 밝히고 찾아오신다
채송화
운옥의 형 어멍 집
들어가는 올레에
채송화가 핀다
빨갛게 노랗게
자주색으로 핀다
따가운 햇살 아래지만
제 색깔을 내고 있다
운옥의 형 어멍 말씀
‘느네 어멍은
그것이 ᄒᆞᆫ이여’
한계라는 말씀
어머니가 돌아가서
울고 있는 나에게
채송화가 빨갛게 노랗게
자주색으로 말하고 있다
‘느네 어멍은
그것이 ᄒᆞᆫ이여’
채송화가 울고 있다
빨갛게 노랗게
자주색으로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