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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94028505
· 쪽수 : 78쪽
· 출판일 : 2025-07-25
책 소개
목차
사자의 결혼식 초대장
거미 파티마
달팽이 레자데
도마뱀 지어푸스
까마귀 하취
신랑 신부 만세!
리뷰
책속에서

거미는 웃음을 참지 못해 가까스로 말을 이었어요.
“느림보 가운데서도 제일 느린 느림보 거북아, 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어떻게 그 머나먼 사자의 궁전까지 가겠다는 거야?”
“파티마, 걱정해 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기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사자의 궁전에 가닿을 거야.”
트란퀼라는 담담하게 대답했어요.
파티마가 으스대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한층 더 높였어요.
“혹시 이건 생각해 봤어? 결혼식이 14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
트란퀼라는 짧고 튼튼한 자기 다리를 내려다보며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어요.
“걱정하지 마.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꾸준히 가다 보면 제시간에 도착할 거니까.”
“오, 트란퀼라!”
거미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그러고는 한껏 불쌍해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지요.
“트란퀼라! 내 말 잘 들어 봐. 내 다리는 매우 재빠른 데다가 너보다 개수가 두 배는 더 많아. 그런 나에게 조차도 사자의 궁전까지는 너무너무 멀게 느껴져서 결혼식에 참석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잖아. 그런데 네가 어떻게 거기까지 간다는 거야? 그러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 이쯤에서 포기하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그럴 수 없어.”
트란퀼라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나는 이미 결심을 단단히 했거든.”
거북이는 다시 나뭇가지와 돌을 넘고 모래와 작은 숲을 지나, 밤이나 낮이나 계속 기어갔어요. 그러다 바위 사막을 지나게 되었지요. 거센 바람이 사정없이 휘몰아쳤어요.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답니다.
그렇게 며칠을 기어갔을까요? 거북이는 다 말라 빠진 나뭇가지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까마귀 떼를 만났어요. 무언지 모르지만 까마귀 떼의 표정이 한껏 슬퍼 보였답니다.
트란퀼라는 까마귀 떼에게 길을 물어보려고 걸음을 멈추었지요.
“하취!”
거북이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까마귀 한 마리가 재채기를 했어요.
“감기 조심해!”
트란퀼라가 친절하게 소리쳤어요.
“나는 재채기를 한 게 아니야.”
부루퉁한 표정의 까마귀가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내 소개를 한 거라고. 나는 지혜로운 하취야.”
“오, 미안!”
거북이는 미안한 마음에 한쪽 발을 공손하게 들어 올리며 말했어요.
“나는 트란퀼라, 아주 평범한 거북이야. 지혜로운 하취, 여기 이 길이 위대한 술탄 레오 28세의 궁전으로 가는 길이 맞는지 알려 줄 수 있니? 나는 술탄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서 가는 길이거든.”
까마귀들은 서로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고받으며 큼큼 헛기침을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