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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93904213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5-05-1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주말이면 자연으로 도망칠 수 있다는 건 특권이었지만, 오늘처럼 이곳에서조차 마음의 평안을 찾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나는 마음이 평온해지는 일이 드물었고 그조차 대개 몇 분 가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언제나 일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어서 마음이 고요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행복하게 여겼는데, 경력이 쌓이고 휴대폰을 신형으로 바꿀 때마다 나는 점점 더 어디서나 연락이 닿고 매사에 이용 가능한 사람으로 변해 갔다.
언제나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마치 인생이라는 게 살아가는 게 아니라 끝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라는 듯이.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어디서 길을 꺾었는지 기억해 두는 일도 없이 30분쯤 걸었다. 하지만 답답하고 부담스러운 한 가지 사실만 확실해졌다. 살면서 어디선가 길을 잘못 꺾었고, 영혼의 나침반을 잃었다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행복하고 자유로웠고, 사생활에서든 직업에서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었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의무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자유는 점점 줄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그렇게 되어 있었다. 나는 일과 인정 욕구, 돈벌이를 삶의 중심에 두는 데 최적화된 사람이 되어 갔다. 나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만족하는 일이 드물어졌으며, 매사에 느긋하지 못하고 단호해졌다. 마감 시각, 그리고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의 기대에 쫓겨 살았다. 가진 것이 아니라 갖지 못한 것을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