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30675671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6-03-26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4부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트램에 앉아 야외 수영장을 지날 때면 나는 눈을 감는다. 수영장을 볼 수 없다. 두 번째 이별이라서 마음이 아프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이라는 걸 깨닫고 몸을 돌려 입구를 본다. 날카로운 각 얼음이 잔뜩 들어 있는 양동이의 물이 나에게 쏟아지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머리와 어깨를 파고든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언니를 따라 개찰구로 들어가면서 빅토르가 예전에 알려준 대로 정신을 집중하여 4-7-8 복식 호흡법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염소와 비 냄새가 나고, 매번 달라 보이는 수영장을 바라보는 순간이 온다. 김이 올라오고, 작은 물방울들이 춤을 추며 수면을 두드린다. 언니가 우리 벤치에 파라솔을 편 다음 우리는 백팩과 옷을 벗어 놓고, 나는 빗방울처럼 수면을 가른다. 사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잠수나 물고기처럼 무중력 상태라는 느낌이 아니다. 잠수에서 가장 좋은 점은 틸다 언니다. 틸다 언니였다.
마구 달려 붉은 깃발을 지나 후드티를 모래에 집어던진 다음 물로 뛰어들었고, 충분히 수심이 깊은 곳에서부터는 자유형으로 헤엄쳐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내 몸과 근육, 지금보다 더 빠르게 힘을 줘야 하는 팔다리에 정신을 집중한다. 오늘은 리듬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이건 전쟁이다. 너무나 세고 큰 파도가 나를 제압하려고 한다. 나는 자기 편인데도. 파도가 나를 제압해 팔다리를 잡아당기고 숨을 쉬지 못하게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파도는 나를 잡지 못한다. 나는 팔다리를 거칠게 버둥거리며 온 힘을 다해 물살을 가르고 숨을 쉬려고 애쓴다. 파도가 더 커지고 세진다. 보이는 거라고는 거대한 회녹색 탑들뿐이다. 나는 바람이 내는 휘파람 소리와 파도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계속 수영한다. 내 안의 무엇이 이런 상황에도 몸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지 알 수 없다.
그 일요일 아침에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는 둘 다 술기운이 남은 상태로 웃음과 기침 때문에 몸을 흔들며 소파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엄마가 몸을 일으키고, 술과 치즈와 향수 냄새가 나는 양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쥐더니 젖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얼굴에서 쓸어내던 일이 기억난다. 그러고선 말했다. “너는 내 예전 모습 같아.”
나는 벌떡 일어나고 싶었다. “아니야” “난 엄마랑 전혀 똑같지 않아” “가라앉는 엄마의 배에 나를 끌어들이지 마”라고 고함지르고 싶었지만, 머리가 쿵쿵 울리고 힘이 없었다. 게다가 엄마는 내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쓸어내는 중이었다. 어쩌면 엄마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