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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293422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4-11-19
책 소개
목차
수키와 니니
추천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단순히 반했다, 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그보단 지구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설렘 같은 어설픈 감정이 밀려올 틈조차 없었다. 가슴속이 무언가로 가득 차버렸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도통 헤아릴 수 없었다. 단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던 건 그 순간 내 인생의 흐름이 바뀌었고, 그렇게 만든 저 사람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는 것뿐이었다.
“산다는 건 끊임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일 같아.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
니니는 특히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라는 말을 작고 둥글게 속삭였는데, 나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단어와 숨들이 그대로 저 멀리 계속 굴러가 버릴 것처럼, 그것들이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지켜보고 싶도록 말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해하며,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여러 번 되뇌어보았다.
‘누구도 그렇게까지 조심하지 않기 때문이야, 혼자 조심해서는 잘못을 피할 수 없어.’ 하고, 있는 힘껏 작고 둥글게, 그 말이 니니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저 멀리 굴러갈 수 있도록, 대신 그 말이 굴러가는 것을 오래 바라볼 수 있도록 말하는 법을 그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엄마 말이 그 아줌마가 갑갑할 정도로 착해서, 때론 잔혹하게 느껴질 정도였대. 굉장히 이상한 말이지. 근데 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뭐든 지나치면 결국 잔혹해지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