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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4345022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4-12-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안개 주점
입동 무렵
눈 내리는
달빛 까페
낯선 개울의 저녁
그때 나는
그 새
가을 장마
배낭을 버렸다
정원
다시 자란만
어린魚鱗
적막한 취기
술時 혹은 戌時
일성록日省錄
2부
변명
폐가
비 오는 집
종대
언제나 겨울
꿈길
따뜻한 남쪽 나라 1
따뜻한 남쪽 나라 2
아름다운 숲
그 여름
낙과
노숙의 잠 1
노숙의 잠 2
노숙의 잠 3
노숙의 잠 4
3부
비밀
숲속 산책
경계
방
대작對酌
비오는 밤의 판화
입원기
전생
젤리를
작은 숲
24시
비 오는 날의 외출
열대야
이상한?
시월十月
4부
바다의 끝
지네
마지막 항해
비둘기
불량한 농업
백치의 비망록
그 섬에 그가 산다
종소리
영희
갈망조개
갈망개
그리운 참새
노송도
송담주와 더불어
한밤의 역설
작품 해설_ 심연의 혼, 그 적막한 비상/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밤은 무엇이든 얼굴을 가려준다
한 겹씩 까만 안개 망사를 덧씌워
몇 덩어리 어둠과 술잔들만 남는다
눈도 귀도 없는 것들이 쨍그랑 서로를 건배하며
안개를 게워내 다시 밤을 덧칠하는 아름다운 공생共生
입자들의 끈적이는 오래된 육질의 안부를 들추거나
따로 노는 몇 가닥 혀를 날름대며 서로를 찌르거나
파편을 향해 몰래 자망질을 한다. 뜬금없는 밤이
겹겹의 그물코에 걸려 말라가는 비늘, 냄새로 반짝이고
반짝이는 소용돌이로 타올라 별이 되는 안개주점.
담배를 물고, 사라진 얼굴을 잠시 생각하지만
폐부를 돌아나간 연기는 허공의 그물에 갇혀 맴돌다
끝내 다시 동공에 물방울로 숨어든다 하느님
이것이 당신의 맨얼굴이던가 가려준 게 아니라
밤이 와서 되돌려준 원래의 쌍판들, 너울대며
허기를 달래줄 숙주를 찾아 허방을 떠도는
적막한 불빛을 데리고, 주점은 이슥토록 아름다울 것이다
-「안개 주점」
입동이 다가오자 잠이 쏟아졌다
발자국만 남기고 모두 떠나 허드레로 남은 숲에서
억새들이 잎을 말며 비워낸 허공을 기웃거리거나
손절할 품목들을 생각해야 했다 담배나 술잔
오래된 기억 속의 만년필 같은 것들
내가 버린 것들을 미립자의 몽유로 동화시키기 위해
땅은 내장에 무수한 칠흑의 융기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반역처럼 한 번 더
한파를 몰고 오는 하늘의 민낯이 보고 싶었다
뿌리의 집을 찾아 돌아가는 것들이나
졸음 겨운 땅 위에서 인내해야 하는 것들, 모두가 엄정하여
어둡거나 밝거나 분리된 선택지를 받아야 하는 시간
경적을 울리듯 일제히 어둠을 켜는 이파리들
아직도 버려야 할 무엇이 남았던가
애당초 혼자여서 비켜설 도리가 없는 나는
입동 너머 오는 하늘을 향해 그저 눈을 감는다
-「입동 무렵」
저녁 어스름을 두드리는 눈발은 쓸쓸하다
낮은 무덤 몇 개만이 추위를 젖 물린 산기슭
지친 입술을 닫고 잠들어 가는 빗돌 아래
떠돌던 망혼들도 미련을 풀고 있다
억새밭에 널린 바람의 잔영을 밟고 가는 눈발들이
흐려진 시야를 데리고 골짜기로 사라진다
어둠이 어둠에게 길을 묻는 시간의 늪지에서
맴돌던 겨울 저녁이 들판을 건너간다
지붕들 눈을 감고 낮게 몸을 열고
외등 빛에 길을 연 창들의 볼 위에나
모르는 뒤켠 어디 혼자 누운 잠 위에나
가림 없이 순한 입김을 덮는 하늘의 부호들
먼 산도 마을도 한 꿈에 안기면서
소멸과 생성의 그림자가 서로를 포옹한 채
말 없는 위안의 말을 체온으로 나누고 있다
겨울밤은 형상 위에 나지막이 한 켜를 얹고
바람이 흔적을 지운 위에 다시 눈이 내린다
-「눈 내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