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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 전학년 > 동시/동요
· ISBN : 9791194632016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5-03-25
책 소개
목차
여는 말_다섯 살이에요
1부 엄마가 나를 낳은 이유
성당 강기원/틈새 강기화/봄비 강정규
숲 읽기 고윤자/나무 공재동/새우와고래/곽해룡
왕재수 이재원/의문점 전서인/금붕어 김세하
방수(민) 권기덕/구피와 나 권영상
오아시스의 전설 권영세/두더지씨(氏)의 두더지놀이 김륭
부푼다 김물/숲속 열차 김풀/로봇을 기다려 김개미
나랑 놀자 김경진/우주보다 큰 아이 김금래
달과 마트료시카 김동원/추사체 김미라
복동이 김미혜/엄마가 나를 낳은 이유 김미희
모과 오토바이 김성민/마술은 계속된다 김송이
2부 글래스 비치
팬지꽃이 한 일 김수희/글래스 비치 김순란
우주 전쟁 김위향/엉뚱한 결과 김지원
버섯 마을 김현숙/변신 김현욱/도라지꽃 남호섭
다 왔다 랄라/공중전화 부스 문봄/어쩌면 문성해
하늘 박선미/송이 박송이/시골장 박승우
티 박지영/총 박혜선/하룻강아지 방주현
수세미가 많이 남았다 방지민/약손 백민주
웹 백우선/호라이의 탄생 봉윤숙
농부 성명진/날마다 생일 손동연
3부 내 이름은 0618 W39N94
가을 야구 손택수/사춘기 송명원
숨을 수가 없다 송진권/별명 송찬호
저항하라 신민규/말들의 맛 신서유
힘 신이림/뿌리 신준수/씨감자 신재순
도깨비 바늘 신홍식/엄마가 있다 안도현
강아지 안상학/동그라미 안오일
눈 오는 날 양재홍/오늘밤 우남희
기린 우승경/짝짝이 양말 이상교
내 이름은0618 W39N94 이윤경
약손 이장근/모깃불 이정록
4부 겨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11월
은행나무의 봉사활동 임동학/연필선인장 임복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집 한 채 임수현
1등이라 1학년 장세정/민들레 장옥관
달에 간 손 장철문/고라니 발자국 전병호
지금 제일 먹고 싶은 것 정연철/눈사람의 노래 정유경
옷걸이가 옷에게 정준호/슬픔에게 정진아
게 조영수/온 동네가 보고 있어 차영미
사랑에 빠진 콩 최설/겨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11월 최춘해
욕심 팔기 하청호/쪽잠의 선택 한상순
나비 신발 황남선
책속에서
머리말
다섯 살이에요
안녕하세요? 난 동시 속에서 태어났고 동시마을에서 다섯 해를 보낸 동발이에요. 오늘 참 기분 좋은 날이에요.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형 누나를 소개할 수 있어서 말이에요. 답답하고 힘든 순간을 다들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있었거든요.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재미있는 몇 가지만 다시 들려줄게요.
혼자 있던 누나가 좀 심심했나 봐요. 그래서 조용히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며 킥킥 웃다가 엄마에게 혼이 났대요. 화가 난 누나는 보름달 뚜껑을 열고 그 속으로 들어가 버렸대요. 엄마가 자기를 찾느라고 고생을 좀 해 보라는 심술궂은 마음으로. 그런데 갑갑했던 건 오히려 누나였대요. 오늘은 미술학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다가 길고양이를 만난 누나 이야기를 들었어요.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서 손을 내밀었더니 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오더래요. 누나 손을 핥으려고. 하필이면 그때 노란 셔틀버스가 멈춰 서더래요. 미술학원 갈 시간이 다 된 거지요. 손을 흔들며 그냥 버스를 탔대요. 무척 아쉬웠는데 잠시라도 딴전을 피우면 온 동네사람들이 다 보고 있어서 누나가 엄청 피곤하대요. 차라리 그냥 학원에 가는 게 훨씬 낫대요.
가끔 이상한 말을 하는 형도 있어요. 그 형은 나무의 뿌리가 땅 속에 있는 걸 보고 자기의 뿌리도 땅 속에 있다고 우겼어요. 또 먹어야 배가 부른 법인데 먹여야 배가 부르다고 하는 엄마를 만나기도 했어요. 이상하지요. 이런 가운데 형 누나들 웃음소리도 들었고요, 우는 모습도 보았어요. 때로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참새가 되는 상상을 하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또 자기 엄마를 기린이라고 우기는 누나도 만났지요.
참, 내 또래 이야기도 있어요. 그 애는 형이 들어야 할 잔소리를 자기가 대신 들었다며 투덜거렸어요. 또 할머니만 만나면 아픈 배가 금방 낫는다는 애도 있어요. 그리고 살짝 틈새를 보여주고, 입 안에 꾸욱 가두었던 말을 꺼내서 친구를 사귀었다는 애도 있었어요.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틈새를 보여주었는지는 알려 주지는 않았지만, 난 이제 이런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어요.
그건 말이지요, 내가 동시마을에 살면서 말 속에 있는 진짜 마음을 알아듣는 힘을 길렀기 때문이에요. 말 속에 있는 노래도 들을 수 있고 말 속에 있는 색깔도 볼 수 있어요. 그러면서 재미있고 즐겁게 노는 다섯 살 배기랍니다. 하지만 동발이는 마냥 귀엽게 보이려고 혀짤배기소리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슬픔도 알고 아픔도 아는 나이에요. 힘들면 울기도하지만 상상의 나라로 들어가 그 순간을 놀이로 즐기기도 하지요. 어떨 땐 아예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닥뜨려 이겨내기도 한답니다. 그렇게 훌훌 털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면 키가 한 뼘이나 더 큰 것 같고 생각도 더 깊어진 것 같아요.
내가 보낸 흔적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실감나게 소개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봄에는 벌 나비가 날아다니는 풀밭에서 친구들 옷자락을 붙잡고 놀았어요. 여름에는 바닷가 모래사장을 강아지와 함께 뛰어다녔어요. 가을에는 숲속으로 들어가 다람쥐도 보고 도깨비바늘도 만났어요. 그리고 겨울에는 흰 토끼와 함께 하얀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지요. 그러는 사이 혼자였던 나는 두 명, 세 명 이렇게 해서 다섯 명까지 친구를 사귀었어요.
그동안 씩씩하게 자라는 동발이를 만나러 여러 시인님들이 동시마을을 다녀갔어요. 그 시간을 신은숙 작가님이 예쁘게 그려주셨어요. 고맙다는 말씀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는데 지금 인사드릴게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더 근사한 모습으로 열 명 스무 명 친구를 사귀며 무럭무럭 자랄 것도 약속할게요.
따뜻한 봄날에
다섯 살 동발이 드림
건기의 오카방고를 건너던
코끼리 무리가
동료들의 무덤을 지날 때
널려있는 뼈들을 긴 코로
정성껏 어루만질 때
목마른 것도 잊고
뼈가 된 친구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몇 시간 동안이나
그렁그렁한 눈으로
조용히 한군데로 소복이 모아줄 때
난 왠지 성당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어요
―강기원 「성당」 전문
내 안에
새가 살고 있어
나보다
먼저 울고
먼저 웃는
작은 새, 살짝
틈을
보여 줄게
내 안에 사는
새를 보여 줄게
―강기화 「틈새」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