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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91195026142
· 쪽수 : 762쪽
책 소개
목차
1 하이쿠
2 자유율 하이쿠
3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열일곱 자의 시
4 한 줄 하이쿠 - 출전
5 참고 서적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命二つの中に生きたる櫻哉
바쇼
‘모든 사물의 끝은 허공인데 그 끝이 허공이 아닌 것이 꽃’이라고 서정주 시인은 썼다. 여행 중인 자신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고향 친구와 19년 만에 재회했을 때 지은 하이쿠이다. 이전의 벚꽃을 함께 본 사람을 다시 그 나무 아래서 만난 감회, 먼 날의 추억과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음의 경이를 읊고 있다. 더불어 두 사람이 같은 미의식을 공유하는 정신적 기쁨까지 담겨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바쇼의 대표작중 하나이다. 원문의 ‘이키타루(生きたる)’는 단순히 ‘살아 있는 ’이 아니라 재회의 기쁨에 잠긴 두 사람의 눈으로 올려다보니 ‘더욱 눈부시고 생생하게 피어 있는 ’ 꽃의 의미이다. ‘두 개의 생’ 사이에 그 둘을 이어 주는 또 하나의 생을 가진 벚나무의 꽃이 만발해 있다. 우리가 이곳에 부재해도 꽃은 변함없이 필 것이다.
나비 한 마리
절의 종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다
釣鐘に止まりて眠る胡蝶かな
부손
언제 누가 종을 칠지 모르는 상황, 나비의 평화로운 잠과 예고된 결말의 대비가 강렬하다. 독일어로는 ‘절의 종에 / 나비가 앉아 있다 / 그 종을 칠 때까지는’으로 번역되었다. 전쟁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이 작품에 영감을 받아 마지막 장면을 대포 포신에 앉은 나비로 끝맺었다. 이 하이쿠는 불교학자 스즈키 다이세쓰가 영문판 『선과 일본 문화』에 소개해 서구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다이세쓰는 “우리는 나비에게 인간의 판단을 적용하려고 하지만, 우주적 무의식의 생명을 상징하는 나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분별심을 버리고 걱정과 번민과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절대 믿음과 두려움 없는 생을 누리고 있다.”라고 해석한다. 근대 하이쿠 시인 마사오카 시키는 고서점에서 우연히 부손의 시집을 발견해 읽고는 ‘바쇼 이후 최고의 시인’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