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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044337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4-09-01
책 소개
목차
Part 1 <사람>
매 순간의 인연 - 피아세나 박사
원칙대로 사는 선생님
머리뼈에 구멍 난 천재 선생님
은사님의 친구들
선생님의 아들딸
날개 없는 천사
나의 동지 아지트 파디
피아니스트와의 인연
30년을 건너온 서예가
다시 읽는 크리스마스 카드
Part 2 <책>
내 마음 속 한 권의 책 - 춘원 이광수의 <사랑>
나의 첫사랑 -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핵의학의 풍류 문학가 - <이장규 수필집>
스킨십 유감 -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고령화 사회, 환자는 어떻게 소외되는가 - 카프카의 <변신>
남녀는 어떻게 짝이 되는가 - 조선 여인의 <사부곡思夫曲>
벽초 홍명희의 <경성의학전문학교 졸업 사진첩 서문>
80년 전 <최근 세계 일주기>
가치에 대하여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Part 3 <추억>
전세로 한집 살기
우리 학교 이야기
학교 가는 길
하숙집 아들
평생 고생하는 영어 이야기
우리 집 강아지는 하얀 말티즈
김연아와 은메달
8월의 크리스마스
Part 4 <생각>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 탑시계 복원
거짓말쟁이에서 선량한 기업으로
제일 맛있는 음식
야신野神 김성근
누구나 대가가 될 수 있다 - 대가의 신경학적 해석
스포츠와 국민성
딸들은 어떻게 시집 보내는가 - 후각과 감성
돈에 관하여
묘비문을 쓴다면
암의 전이와 민족의 이산離散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바로 옆 의대부속병원 응급실로 업고 가니 운 사납게 뇌혈관이 다쳐서 뇌출혈이 생겨 있었다. 응급 수술로 머리뼈에 구멍을 뚫고 핏덩어리를 제거했다. 술을 먹인 향우회 선배들은 죄책감에 시달렸으나 결과적으로는 잘된 셈이었다. 우선 군대에 안 가게 되었다. 머리뼈에 구멍이 있는 X-선 사진을 보자 병무청 군의관은 그 자리에서 병역면제를 선언했다. 누가 그런 머리통을 가진 사람을 군인으로 징집하겠는가? 더 큰 행운은 가까스로 의대에 합격했던 시골 청년이 그 후 공부를 아주 잘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혹자는 머리뼈에 생긴 구멍을 통해 교과서 글자가 두뇌로 쉽게 들어간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결국 2등으로 졸업했는데, "수술 당시 구멍을 더 크게 뚫었으면 수석 졸업을 하는 건데"하고 아까워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한다. ('머리뼈에 구멍난 천재' 중)
종로에서 헤어지는데 바람이 불어 그녀의 긴치마가 약간 들리며 언뜻 그 안에 감추어진 하얀 다리가 보였다.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아리였다. 옛말이 틀린 것이 없다더니! "돌에 보석이 감추어 있어 산이 빛나고, 물에 진주가 품겨 있어 강은 고와라."
그날 아침은 세상이 달라 보였다. 따뜻하고도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갑자기 봄기운이 사방에 가득했다. 구름 낀 하늘은 환하고 새들은 연두색 어린 나뭇잎 사이에서 즐겁게 지저귀었다. 첫 수업인 고문(古文) 시간에 주왕산 선생님(주시경 선생님의 아드님)이 바깥을 보며 싱글벙글하고 있는 나를 보고 인생이 그렇게 즐거우냐고 농담을 하셨다. ('나의 첫사랑' 중)
하늘이는 10년을 살고 우리 곁을 떠났다. 요즘은 개도 수명이 늘어 15년은 산다는데 노년의 삶은 동물도 힘들어 주인에게 많은 걱정과 부담을 준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좋게 이별한 셈이다. 마음에 상처를 받은 집사람은 더 이상 애견을 키울 생각이 없단다. 어릴 때 강아지를 잃은 충격이 예방주사가 되었는지 나는 이틀 만에 하늘이와의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제는 가족 모두 마음이 정리되어 좋았던 추억만 남았다. 식탁 옆 벽은 하늘이와 식구들이 같이 찍은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다.
안규리 교수에게 들으니 요즘은 억대의 비용을 주면 생명공학 기법으로 죽은 애완견을 복제해 준다고 한다. 이러한 인위적인 인연의 반복은 찬성하지 않고 상상할 수도 없다. 하늘이에 대한 하늘의 뜻을 우리가 간섭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집 강아지는 하얀 말티즈'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