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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313335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0-07-15
책 소개
목차
추천사
1장. 문화와 예술의 향기
인간이란 존재
그녀를 따라 거닐던 문학의 숲
시작(詩作)을 시작(始作)하며
<갑돌이와 갑순이>는 미완성
<옛 동산에 올라>
풍자가요 <남성 넘버원>
하루살이와 로마 황제의 대화
아름답고 우아한 여인
《데미안》과 줄탁동기
무라카미 하루키와 책벌레
도스토예프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
이루면 물러나는 법
<인생 후르츠>
2장. 일상에서 얻은 사색
이 세상에 오직 하나
사랑과 창조
이기심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
아기 참새의 은혜 갚기
고향집을 찾아서
사람의 얼굴
이름에 대하여
의대교수의 진학지도
초당연수원에서
숫자로 읽는 세상
타임스퀘어 광장의 셈법
그레이트 오션 로드
블랙홀 발견의 의미
3장.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
소매치기와 아버지
교수님의 18번
친구 어머니
<동심초 노랫말에 맺힌 사연>, 그 뒷이야기
반사적 광영(光榮)
서울대학교병원 문학모임
병원가족, 멀어져가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고창순 교수님
성스러운 기초의학자 조승열 교수님의 1주기를 맞아
김종순 선생 영전에
당신 멋져!
경모궁(景慕宮)과 JP
4장. 의학 의료의 현장에서
동전을 삼키면
좌충우돌 동물실험
즐겁게 논문쓰기
의사와 ‘던바의 수(數)’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한국의료
마이너 비인기과의 애환
이 시대의 바람직한 의료인
의사가 국민에게 바라는 것
이메일을 지우며
국립암센터 바자회에서
아시아핵의학교 컨퍼런스와 마천루
《조선의보(朝鮮醫報)》를 기억하며
5장. 불교 이야기
생로병사와 맞춤의료
삼장법사 현장의 참모습
탁실라박물관의 부처얼굴
왜구와 신라의 불교건축물
불일암에서 생각한 무소유
아소카 왕의 위대한 반전(反轉)
내가 생각하는 5계율
부처가 보는 생존양식
축하의 글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는 46억 년 전에 생겨났다. 10억 년이 지나자 유기물로 구성된 원시 생명체가 나타나 진화를 거듭하면서 200만 년 전에 드디어 인류의 조상이 탄생했다. 원시 인류가 현생 인간으로 진화하는 데는 몇 세대가 걸렸을까? 당시 수명을 20세로 가정하면 2×106/20하면 105, 즉 1십만 세대가 지났다. 실감나게 표현하면 각 세대주 이름을 A4 용지에 세로로 프린트해 연결하면 1킬로미터에 이른다. 지구가 존재하는 세월에서 내 삶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30억 년 뒤 지구가 사라진다면 지구의 수명은 76억 년이다. 인간의 수명을 80년으로 가정하면 10-8 즉, 1억 분의 1이다. 1년은 3.1×107초(365일×24시간×60분×60초)이므로, 지구의 수명이 1년이라면 내가 사는 기간은 0.3초인 셈이다. 그런데 지구 또한 장구한 우주의 세월 속에서 보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떠돌이별에 불과하다.
촬영 중 안타깝게 남편 슈이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이 더 큰 감동을 준다. 남편이 없어도 꿋꿋이 숲을 지키는 여일如一한 삶. 할머니는 남편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매번 영정 앞에 차린다. 남자의 몫이었던 일도 이제 직접 한다. 자연은 때로 냉혹하다. 태풍은 가차없이 숲과 나무집을 뒤흔든다. 혼자인 히데코가 감당하기에 너무 버겁다. 태풍과 장마가 지나간 숲에는 쓰러진 나무들과 ‘작은 새들의 옹달샘’인 수반이 깨진 채 뒹군다.
인간은 동물보다 신에 가까운 생명체다. 이상을 추구하고 성취되면 만족을 느낀다. 켄시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꺾이지 않는 노부부의 꿈과 열정을 다루었다. 슈이치의 철학이 담긴 설계로 이마리 정신과 입원병동이 세워지고, 할머니는 남편의 영정을 들고 그곳을 찾는다. 태풍으로 부서진 수반 조각을 두 딸이 모아 붙여 다시 온전하게 만들었다. 그릇 가득 물이 담기고, 그 앞에 할아버지가 쓴 나무 팻말이 놓인다. “작은 새들의 옹달샘, 와서 마셔요!”
경상도 출신 후배가 있다. 학창 시절과 수련의(나는 내과, 그는 일반외과) 시절 비슷한 이름 때문에 웃지 못할 경우가 가끔 있었다. 잘못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성격이 급한 그쪽 친척들은 더듬대는 나에게 직설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한번은 내가 뱃속을 수술하는 ‘외과’가 아닌 ‘내과’를 전공하는 다른 사람이라고 설명했더니 더욱 화를 내며 반문하는 것이었다. “배쏙을 수술하이까-내꽈 아인가?”
나는 체면을 차리고 느리기로 유명한 충청도 출신이다. 나한테 오는 친척 전화는 이런 식이다. 누구시냐고 처음에 물으면 “나-여-.” 보통은 목소리로 알지만 모르는 경우도 있다. 재차 여쭈어보면 이번에는 “나-라니까-. 여기 잿-뜰이여-.” 절대 본인 이름은 이야기 안 하고 동네를 말한다. 이 정도면 정말 누구인지 알아들어야 한다. 계속 못 알아듣고 상대방이 이름까지 밝힐 지경이 되면 큰 실례를 범한 것이다.
P152 비싸네 비싸네 무척, 자장면 한 그릇에 오 천원이 웬 말인가?
비싸네 비싸네 무척, 비빔밥 한 그릇에 칠 천원이 웬 말인가?
이 곡의 장점은 음식 이름과 가격만 바꾸면 언제나 새로워지는 데에 있다(그러나 선생님은 세상 물정에 어두워 늘 음식 가격을 싸게 부르고 비싸다고 했다). 베사메무쵸 여인의 향기로운 아름다움을 찬양하던 곡이 갑자기 고물가에 허덕이는 민생 문제로 둔갑하여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더욱이 J 교수님 같이 ‘근거중심의학’을 선도하여 문헌공부를 강조하는 분이 엉뚱하게 바꾸어 부르는 것이 파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