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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152582
· 쪽수 : 335쪽
· 출판일 : 2017-05-03
책 소개
목차
1. 세상 속으로
2. 불화 그리는 사람들
3. 사람들과의 거리
4. 인생 공부
5. 화공과 수행승
6. 세상 사는 요령
7. 오래전의 약속
8. 가깝고도 먼 사이
9. 달빛은 소리 없이
10. 수월관음도
11. 잎이 지고 꽃이 피고
12. 탑돌이
13. 푼다리카불교미술원
14.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
15. 원왕생 원왕생
□ 작품 해설 - 영원한 도반의 사랑과 예술적 성취
□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름답고 신비한 세계가 거기 있었다.
관세음보살이 그지없는 자비심으로 미소를 머금은 채 연화좌에 좌정해 있었다. 허공을 그윽이 바라보는 눈빛은 중생들의 모든 소리를 들어줄 듯 부드러웠다. 가슴의 영락은 달빛을 받아 빛났고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린 사라는 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렸다. 관세음보살의 전신을 둘러싼 신광과 두광이 달빛처럼 은은히 빛났다. 연화좌 오른쪽 바위 끝에는 버들가지가 꽂힌 정병이, 관세음보살 뒤에는 푸른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려 있었다.
지소연이 손에 힘을 주며 허복의 눈을 주시했다. 허복도 전과 달리 당차게 지소연의 시선을 받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허복은 지소연의 시선에서, 그녀도 자기와 함께 있고 싶어함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전해지는 열기에 의해 몸속의 피가 뜨거워지고 있었다.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를 위해 불화를 그리리라.
그때,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요, 여보.’ 약간 쉰 듯하지만 부드러운 음성이 귓가에 맴돌았다. 얼마나 듣고 싶던 아내의 목소리던가. 허복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한 생각이 벼락처럼 머리를 쳤다. 강한 전류가 온몸을 휘젓고 지나갔다. 불화를 그리자. 아내 혼자 가야 할, 어둡고 무서운 저승길에 등불을 밝혀 주자.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