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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167630
· 쪽수 : 350쪽
· 출판일 : 2014-08-25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권]
[2권]
뻐ㅡ꾸욱. 달빛조차 질식해 버린 어둠을 틈타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새소리 리듬에 맞춰 소리 없이 움직이는 발걸음. 그건 사내의 별칭인 ‘만월의 흑포수’만의 습성이었다. 설움이 잔뜩 묻어있는 거친 손아귀 사이로 기다란 불덩어리가 보였다. 아비가 그 속에서 사라진 날, 그리고 누이마저 그것에 맞아 바스러진 날, 그 날로 사내의 인생은 음부보다도 낮게 떨어졌다. 사내가 손에 쥔 화마, 그건 이 모든 일의 시초인 총이었다. 총으로 모든 것이 시작됐으니 이제 총으로 모든 것을 끝낼 참이었다.
‘오늘 밤이다. 오늘 밤 너를 없애고야 말리라.’
그는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그림자를 찾고 있었다. 사내의 손가락이 천천히 방아쇠 위로 걸렸다. 평생 동안 제 몸처럼 아끼던 검을 버리고 택한 총이었다.
- [프롤로그 中]
“그거…… 총 아니오?”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건 분명 총이었다. 작지만 단 한 발로도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권총.
“아, 아니오!”
“맞는 것 같은데?”
“글쎄, 아니라니까!”
선비가 역정을 내며 언성을 높이는 품은 아무래도 수상했다.
“아니면 내가 본 건 뭘까? 확인해 보게 어디 꺼내 보시오.”
“내가 왜?”
“총이 아니면 당당하게 꺼내 보시오.”
“술 냄새가 진동하는 걸 보니 어디서 한 잔 걸치고 오시는 모양인데,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갈 길이나 가시오.”
사내는 윤강이 더 다가오기 전에 홱 몸을 돌더니 잰걸음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사내를 윤강이 놓칠 리가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재빨리 따라가 사내의 어깨를 붙잡고 돌려세웠다.
“잠깐만 보자니까.”
“아니, 이거 왜 이러시오!”
윤강의 사내의 두루마기를 억지로 벗겨내려 하자 사내가 발버둥 쳤다. 이내 사내의 가슴 언저리에 윤강의 손이 닿았다. 사내는 두 눈을 커지며 윤강의 뺨을 있는 힘껏 때렸다. 짜악. 윤강은 뺨을 쥐고는 황당한 듯 선비를 바라보았다. 얼얼했다. 선비 역시 제대로 화가 난 듯 윤강을 노려보았다. 그런 선비에 반응에 윤강은 오히려 확신에 찼다.
‘오호라. 네 이 놈 잘 걸렸다.’
- [2장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