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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5209026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4-03-20
책 소개
목차
1. 적객
2 적객의 꿈
3 반야라는 여인
4 삼각산에 숨은 뜻은
5 고뇌 속으로 가다
6 안변의 책략
7 홍무제를 만나다
8 국적을 치다
9 그러나 회군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전은 모처럼 목욕재계하고 정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탁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눈앞에는 먹과 벼루, 그리고 종이가 놓여 있었다. 한동안 지그시 눈을 감고 상념에 잠겼던 도전은 마침내 천천히 눈을 떴다. 손을 들어 먹을 잡았다. 오래오래 먹을 갈았다. 그리고 돌에라도 새기려는 듯 힘을 주어 두 글자를 써내려갔다.
혁명(革命).
자신이 써놓은 두 글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마는 서늘한데 등허리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꽉 그러쥐고 있는 주먹은 아까부터 가늘게 떨고 있었다. 도전은 자신에게 되뇌었다.
‘썩어빠진 세상을 부숴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한 몸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억조창생을 위하고 천년의 업을 이루려 함이었다. 그러나 초야에 묻혀 있는 힘없는 선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불현듯 도전의 귀에 북방의 세찬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며 황야를 달리는 한 장수의 모습이 홀연히 떠올랐다. 아니 오래 전부터 마음에 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도전의 혁명 의지를 함께 불태울 수 있는 야심만만한 무장.
이성계.
나라에 훌륭한 장수가 어찌 이성계 한 사람뿐이겠는가. 장수다운 장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사람들 열에 아홉은 출장입상(出將入相)으로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최영의 이름을 들 것이었다.
용의 얼굴에다 봉의 눈, 범의 걸음걸이를 지녔다는 최영. 그는 전쟁에 나가서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불세출의 무장이요, 조정에 들어와서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강직한 재상이었다.
더욱이 그는 백성들의 재물이라곤 털끝만큼도 취하지 않을 만큼 청렴했으며, 아무리 가까운 인척이라도 재주가 없는 자는 쓰질 않았고 공사가 공명정대하였다. 그러나 최영은 도전이 서슴없이 적(國賊)이라고
말하는 이인임과 손을 잡고 있었다. 이인임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최영을 필요로 했고, 최영은 이인임의 비호를 받으며 나라의 군권을 장악했던 것이다.
반면에 이성계는 변방에 처박혀 있는 한 무장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독자적인 군사를 거느리고 있다고는 해도 세력으로나 권력으로나 최영과는 감히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이성계를 찾아가련다!”
그러나 도전은 굳이 이성계를 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