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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511990
· 쪽수 : 286쪽
· 출판일 : 2016-12-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하나 한국인 멸종
두울 미친 사랑
세엣 K-Pop 스타
네엣 붉은 띠
다섯 에덴동산
여섯 비오는 밤의 연가
일곱 상여나 드림
여덟 시인 탄생
아홉 스타 괴담
여얼 독버섯 교실
작품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깨울까? ...아냐! 그냥 씻어주지 뭐.”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중얼이며 그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 보게 되었는데...! 먼저 이발을 한 지가 얼마나 오래 됐는지 젊은이들에게 장발이 유행이긴 했지만 거의 타잔 수준이어서 검은 머리칼로 두 귀는 완전히 덮여버렸다. 하지만 선병질적인 창백한 얼굴의 이마에 그어진 눈썹은 먹물로 그린 듯 까맣고, 약간 도드라진 눈두덩 아래의 속눈썹은 오뚜기눈이 감기운 것처럼 길쑴하게 뻗쳤다. 이어서 약간 날카로와 보이는 콧잔등 끝은 솜씨좋은 조각가가 새긴듯 맵시있게 망울졌으며, 이제 솜털을 벗은 수염이 제법 거무죽하게 난 인중과 턱 사이의 도툼한 입술은 세상의 불의를 거부하듯이 굳게 닫혀졌다. 그리고 그 동안 시위에 지쳐 야윈듯한 목울대의 애플 자국은 제법 튀어나와 남자의 징표를 과시했다. 다음에 그녀의 눈길이 머문 어깨는 뜻밖에도 권투선수처럼 탄탄해 보였으며, 그래선지 불쑥 치솟은 가슴팍의 암갈색 작은 원형터에 맺힌 팥알같은 젖꼭지는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았다. 하지만 솟구친 젖가슴만큼 골이 깊게 패인 가슴골짜기에서 홀쭉한 뱃살의 평지를 내려가자, 그 중심부에 엄마의 뱃속에서 생명줄의 역할을 한 탯줄의 흉터 자국인 배꼽이 옴폭 파였다. 그리고 온몸 상처의 아픔에 몸부림치다가 흘러내린듯 양편 골반에 겨우 걸쳐진 팬티 위쪽에 치모가 드러나는 불두덩까지 보이자, 문희정은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뭘해요? 누나! 어서 닦아줘엉!”
그 순간이었다. 잠자듯 눈을 감고 있던 그가 살며시 눈을 떠서 그녀를 응시하며 투정하듯 말했던 것이다.
‘알았어! 요런 깍쟁이! 호호!“
그 바람에 문희정은 정말로 누나가 짓궂은 남동생을 씻어주듯이 물수건으로 알몸에 가까운 그를 조심스레 닦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윽고 그녀의 물수건을 잡은 손길이 자꾸 내려가 배꼽 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는 신음소리와 함께 팬티의 중심부가 성급할 정도로 부풀어 오르는게 아닌가? 순간 그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듯 얼른 몸을 뒤집어 엎드리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등쪽도 닦아줄 수 있었는데, 바로 이때 그런 돌발적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누나! 미칠 것 같아요!”
갑자기 풀잎 학생이 벌떡 몸을 일으키면서 문희정을 난폭하게 자신의 옆으로 쓰러뜨렸던 것이다.
“안돼! 풀잎 학생! 당장 비키라구...!”
너무도 상상초월한 상황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뿌리치며 소리쳤지만, 이미 미쳐버린 젊음의 불길엔 오히려 휘발유를 뿌린 역효과를 자초했다고나 할까?
“벌써부터 이런 꿈을 꿨다구요! 누나와 제가 사랑에 미쳐버리는...!”
세상에서 배우지 않고도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남녀의 섹스 행위가 아닐까? 암튼 그녀와 그는 넘어선 안될 줄 뻔히 알면서도 이미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 처절한 몸짓을 고조시켰다. 그래서 이제 그녀가 리드하는 섹스는 격렬하다기보다, 금강산에서 포수의 총을 맞은 노루의 상처를 보듬듯이 조심스럽고도 정성을 다한 애무로부터 시작되었다.
“풀잎! 넌 가만 있어! 내가 바람이 되어 줄께!”
문희정은 이런 속삭임과 함께 방금 태어난 송아지를 혀로 핥아주는 어미소처럼, 지난 날 그녀가 뭇 사내들과 경험한 현란한 솜씨로 아직은 미숙한 그의 성에 대한 극치를 향해 가르쳐 주었다.
“아아!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시위 현장에서 최류탄과 곤봉 세례를 받을 때처럼 저의 영혼까지 불타버리는 느낌이예요!”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이면서 몸을 뒤틀었고, 문희정의 손길에 이끌어진 그의 심벌은 그녀의 안에서 한껏 부풀어 더욱 깊게 도달하고자 안간힘을 써댔다. (<미친 사랑> 중에서)
“그렇다면...! 너희가 가수로서 진정으로 노래를 하고 싶다면 지금 <섹스>까지 해보란 말이야!”
“뭐라구요? 선생님!”
“선생님! 그건 좀...!”
“왜? 노래가 싫은가?”
“아... 아뇨!”
“그렇담 어서 시작해! 저기 침대에 가서...!”
다음 순간 최진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빗줄기가 사납게 흘러내리는 창가로 갔다. 그러자 <아담>이 슬며시 일어서 <이브>를 이끌고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치 19금 영화를 찍는 배우들처럼 서로 먼저 나신이 되기 위해 한 꺼풀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담과 이브>가 낮에 <썬텐 송 페스티벌>에서처럼 손바닥만한 수영복과 터질듯한 비키니만 걸쳐졌을 때 그들에게 최진혁이 엄숙하게 명령했다.
“너희 둘이 배신하지 않고 가수의 길을 함께 가자면 너희 팀 이름처럼 <아담과 이브>가 돼야 해! 어서!”
“아! 그러죠!”
“네! 그럼...!”
드디어 마지막 <아담>의 팬티와 <이브>의 비키니가 두 사람의 몸에서 사라지자 그들은 노래의 마지막 관문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마주 선 두 몸뚱이가 가볍게 떨며 천천히 한 덩어리로 모아졌다. 여자의 풍성한 머릿칼이 등짝을 반쯤 감추었고, 불뚝 치솟은 가슴과 초콜릿 복근의 남자가 그리스 조각처럼 그녀 앞에 마주 섰다가 지진을 만난듯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두 몸은 서서히 포개어져 갈증에 시달린듯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그때 컴퓨터의 노래 반주는 더욱 볼륨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용기를 얻은 듯 <아담>은 <이브>의 ♀에 ♂을 명중시켰고, 이어서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노래를 불러봐! <비오는 밤의 연가>를 너희 영혼을 담아 불러보란 말이야! 어서! 함께!”
이윽고 빗줄기가 흘러내리는 창문 앞에서 뒤돌아선 최진혁이 광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 바람에 노래의 세번째 관문인 <섹스>에 한창 몰두하던 <아담과 이브>는 절정을 향해 헐떡이면서 듀엣으로 화음을 맞추어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비오는 밤의 연가> 중에서)
다음 순간 노라조 선배가 벌떡 일어서 마치 공중목욕탕에서처럼 옷을 훌훌 벗어버리는게 아닌가?
“으응? 선배혀엉! 뭐하는 짓이야?‘
이에 더욱 깜짝 놀란 하일후가 파랗게 질려서 묻자, 그는 이번엔 아주 다정한 말투로 바꾸어 달래듯이 말했다.
“일후야! 넌 아직 여자랑 경험없지? 그러니깐 실습해봐야 돼! 내가 가르쳐 줄께!”
“뭐... 뭐라구요?”
“하하! 실은 중딩 때 울엄마 가게의 선수한테 경험한 나도 현장에 처음 나가니깐 서툴더라! 그래서 얼마나 쪽팔렸는데...? ...자! 뭣해? 빨랑 벗지 않구...?”
그래서 결국 하일후도 알몸이 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가 시키는대로 침대에 올라가 눕자 선배형이 천천히 따라 오르며 명령했다.
“자! 지금부터 내가 리드하는대로 하면 돼! 널 여자로 생각하고 내가 실습을 시켜주는 거니까 그리 알고...! 우리 학교에서도 이론을 배우면 실습도 하잖아? ㅋㅋㅋ!”
하면서 선배형은 부드러운 손길로 하일후의 온몸을 애무하더니, 이윽고 입술과 젖꼭지를 탐하고 나서 한껏 발기한 그의 심벌을 여자라면 거기가 되는 위치에 갖다 대었다.
“글구 이때부터는 너의 상상과 본능에 맡기겠어! 에이! 별걸 다 실습하려니까 정말 쪽팔리네잉! ㅋㅋㅋ!” 이런 실습이 끝나자 노라조 선배는 포털 사이트를 다시 살피더니 이렇게 속삭였다.
“얌마! 벌써 만남 신청이 왔다! 난 전철 ‘청담역’ 3번구에서 줌마(아줌마)한테 같테니까, 넌 대학로 ‘혜화역’ 1번구로 가라구! 글구 내 고객이니깐 이름을 ‘꽃돌 가랑’이라고 말해줘! 요즘 KBS 2TV의 인기 드라마인 <성균관 스캔들>에서 동방신기의 박유천 별명이 ‘가랑’이라서 따온 거야! ㅋㅋㅋ!” (<독버섯 교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