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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좋은부모 > 육아 > 자녀 심리
· ISBN : 9791195561308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거야 _ 9
여기서 얼마큼 살면 다시 우리 집으로 가요? _ 14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_ 19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_ 23
엄마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하고 _ 28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해 _ 33
엄마로서의 도리 _ 38
숨 막히는 우울과 무기력 _ 41
너네 아빠 없잖아 _ 45
다 엄마 때문이야 _ 49
왜 이혼했어? _ 54
자기의 절반이 다른 절반에게서 _ 60
돌아갈 곳이 있다는 환상 _68
나는 나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고 있나 _ 75
아이 선생님에게 알려야 하나? _ 79
피해자 캐릭터 _ 85
불행 3종 세트 _ 90
불안이 하는 일 _ 95
아이가 잘못될지도 몰라 _ 101
편견을 가질까 봐 _ 104
들이의 일기 _ 108
두려운 것을 피하는 선택, 바라는 것을 추구하는 선택 _ 113
익숙하고 견딜 만한 고통으로부터의 탈출 _ 117
잘못된 게 아니라 서로 맞지 않았을 뿐 _ 122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_ 125
엄마답다는 것 _ 129
모성 본능의 진실 _ 134
어린 동물로서의 생존 본능 _ 141
어쩔 수가 있어야지! _ 147
말도 안 되는 소원 _ 154
라푼젤의 탑 _ 160
진짜로 원하는 것 _ 163
드디어 날개를 달고 _ 167
지속가능하고 유의미한 노력 _ 171
과거의 재구성 _ 177
들이네 식탁
남자 배우기 _ 183
사회생활 지도 _ 192
공부 열심히 해 _ 198
엄마답지 않지만 _ 203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겠네 _ 210
책임과 비난 _ 214
남자아이들이 덜떨어져 보이는 이유 _ 218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_ 223
어머니 포스 _ 227
그게 아니라 _ 231
엄마와 들이의 유럽여행
오래 그리워하던 누군가를 만난 것처럼 _ 237
여길 뭐하러 왔니 _ 240
내가 10년을 키웠지만 _ 244
엄마 열 살 때 꿈 _ 248
누리느냐 소비하느냐 _ 253
지식과 경험 _ 257
난 엄마가 있잖아 _ 259
저자소개
책속에서
부모의 이혼 앞에서 아이의 머릿속에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오로지 이거 하나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서 아이에게 이혼 사실을 말할 때는 이것부터 확실하게 말해줘야 한다. 왜 이혼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오로지 아이가 어떻게 될 건지, 제일 먼저 분명히 해줘야 할 건 그거다. 엄마아빠는 이혼하고, 그리고 너는 엄마랑 (또는 아빠랑) 어디에서 어떻게 살 거고, 아빠는 (또는 엄마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 거다.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할 거고, 양육비는 어떻게 분담하기로 했다. 아빠는 (또는 엄마는) 얼마 만에 한 번씩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될 거고, 너의 생활에서 지금까지와 달라지는 부분은 이거 이거고, 변함없는 부분은 이거 이거다… 이렇게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얘기를 해줘야 한다. 아이가 묻지 않는 것까지 분명하게 얘기해 줘야 한다. 아이가 묻지 않을 뿐이지 사실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의 문제가 확실해지고 나면 아이는 자기가 부모 모두에게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에서 놓여나서 그 다음 단계인 ‘분노’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가 있게 된다.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사실을 어쩔 수 없이 확인하고 나면 아이는 분노한다. 그때까지 자기가 견뎌왔던 두려움의 크기만큼, 혼자 감당해야 했던 두려움의 시간이 길면 길었을수록 그만큼 분노한다.
아이가 겉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경우는 아이가 적어도 자기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경우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엄마랑 함께 살 수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사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안심하는 경우에는 엄마에게 분노를 드러내 보인다. (중략) 아이가 오히려 더 착하게 굴고 더 어른스럽게 군다면, 그건 어쩌면 아이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일 수 있고, 마음 놓고 아이 노릇을 할 수 없을 만큼 아무데도 의지할 데가 없다는 뜻일 수 있다.
아이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분노가 없는 것이 아니다. 아무 일 없이 잠잠히 지나간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부모가 아이를 잘 다뤄서 고비를 잘 넘긴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의 분노는 어디로 사라진 게 아니다. 분노가 없는 게 아니라 불안이 그 위를 덮고 있는 것뿐이다.
제때에 점화되고 연소되지 못한 분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압축되고 압축되다가 나중에 언젠가, 삶의 어느 국면에선가 반드시 터지고야 만다. 제때에 터뜨려서 처리해 주지 않고 그냥 제압해 버린 분노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언젠가 다른 때에, 이게 그때 그 일 때문이라고는 도저히 연결지어 떠올릴 수도 없는 전혀 다른 장면에서 터질 것이다.
아이가 “왜 이혼했어?”라고 물을 때, 아이를 이해시키려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마 입장에서는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이유가 중요하겠지만 아이한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판단이나 선택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정당하냐 아니냐를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안심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을 뿐이다.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고, 걱정할 것 없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다.
이 세상 누구라도, 남의 얘기를 듣고 이해를 하고 공감을 해줄 수 있는 건 자기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가족 간의 갈등은 친구에게 털어놓고, 직장 동료 흉은 집에 와서 보는 거다. 자기와 직접적인 그리고 중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일에 대해서는 상대방 입장을 이해해 주기가 어렵다. 우선 자기 입장이 더 중요하게 된다. 이건 누구나 다 그렇다.
“왜 이혼했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엄마는 엄마와 아빠 중 엄마의 입장을 아이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 자기 입장에서 얘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는 엄마의 입장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아이는 이 일에서 아무 상관도 없는 제삼자가 아니다. 엄마가 볼 때는 엄마 대 아빠지만 아이가 볼 때는 엄마아빠 대 자기다. 아이는 그 입장에서 묻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