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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5632619
· 쪽수 : 516쪽
· 출판일 : 2015-10-2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꿰매진 입술
가학의 흔적
두 번째 처형
노인
BTK 살인
신보련
아름다운 시절
호모 엑스쿠탄스
야망의 불씨
미끼
파스큘라
암흑의 정신
사람 사냥
그것이 세상
지옥의 문
절망과 열망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형균에게 그런 것들은 이미 익숙한 것들이다. 선혈이 흥건한 시신의 주변을 샅샅이 뒤져야 하고, 사냥개처럼 킁킁거리며 주검이 풍기는 독한 내음들을 갈무리해야 한다. 복부를 열어 내장을 끄집어내고, 가슴팍의 뼈를 갈라 폐와 심장을 저미는 부검에도 입회해야 한다. 칼과 총에 잘려나가거나 터져버린 내장들이 말간 포르말린 용액 속에 담기며 일련번호가 새겨지는 것도 지켜봐야 한다. 비가 추적거리는 늦은 밤 부검을 위탁한 병원 지하 냉장실에서 차갑게 굳은 시체를 꺼내 검시보고서와 하나하나 다시 대조해야 할 때도 있다.
그가 시체를 대하는 것은 부서의 직원 한 사람을 대하는 것과 같다. 시체의 하소연을 꼼꼼히 기록해야 하고 표정도 읽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서울지방경찰청 영등포경찰서 강력반장이라는 형균의 고된 밥벌이였다.
신의 구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었다. 유일하게 구원자가 있다면 자신을 공포와 절망으로 몰아넣는 자들이었다. 그 자들은 한 주부의 남편이자 자식을 사랑하는 아빠였다. 젊은 생명을 죽음의 경계에 올려놓고도 바가지 긁는 마누라를 흉보고 딸의 성적을 걱정했다. 자신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무지막지한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지시를 이행하고 명령을 수행하며 실적을 올리고 싶은 단순한 의욕뿐인 것 같았다. 누가 그랬다. 악의 평범함, 일상의 악마. 바로 그들이었다. (중략) 무엇보다 견뎌낼 수 없었던 것은 누구도 이 고통을 막아줄 수 없다는 절망의 공포였다. “여기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 친구들과 둘러앉아 강독하던 서사시의 한 구절. 아무리 읽어도 다가오지 않던 그 “희망을 버려라” 하는 구절이 그제야 코와 입으로 마구 밀려드는 구정물처럼, 살 끝을 굽는 구리선의 뜨거움과 경련처럼 뼈저리게 다가왔다고 했다. ‘희망을 버려라……. 희망을 버려라…….’ 그 구절만이 유일한 신의 목소리였다.
서초 대검찰청 1층에 있는 디케상 니도 알제? 법공부할 때 교수들이 ‘법이 구현하는 정의’를 설명할 때 예시하던 그리스 신화의 여신상 말이다. (중략) 흐흐. 여신이 와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줄 니는 아나? (중략) 여신은 절대 눈가리개를 풀지 않을 거거든. 왜? 흐흐. 봉사란 말이다! 겉으로 불편부당, 정의의 잣대를 공정하게 적용한다는 흉내를 내느라고 눈을 가린 척하는 거지. 실상 여신은 정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맹인이라꼬..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땡크 앞세워 정권 잡은 그 머리 벗겨진 대통령이 뭐라 캤노? ‘정의사회구현.’ 그 정의는 여신의 정의가 아니라, 권력자의 정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