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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5689859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0-11-1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2017. 11. 15 / 장기長?에서 / 칠포리 바위 그림 / 기계 다방 / 하옥 마을 / 진도 5.4 지진 / 북위 36도, 포항 / 기북 우체국 / 포항중앙포은도서관 / 옛 포항역 / 포항우체국 / 중앙동 이발소 / 대진 반점 / 월포 바닷가우체국 / 호미곶 등대 / 대전리 3·1운동 / 포항함, 故 한주호 준위 / 과메기 1
2부
왕대포집 / 기북 장날 / 포항세무서 / 포항 운하 / 오어사 / 청포도 여인숙 / 구룡포 일본가옥거리 / 포항물회 / 동백꽃 필 무렵 / 보경사 / 몰개월 가는 길 / 영월재 / 머구리 이씨 / 연화재 공동묘지 / 영일만 갈매기 / 동해바다, 윤슬 / 포항 멸치
3부
제일국수공장 / 송도 바다 / 털신 / 상옥 마을 / 영암도서관 / 포항시립화장장 / 제철소 용광로 / 경북수목원 / 다무포 고래마을 / 과메기 2 / 흥해 들녘 / 제철소 사람들 / 사과꽃 피는 저녁 / 귀신고래 / 쇳물백일장 / 영일만 친구 / 모리국수
4부
보리누름 / 영일대에 핀 살구꽃 / 신광뜰 / 사방공원 / 서림지 / 고추꽃 / 구만리 보리밭 / 전선생집 / 모감주나무 / 이팝나무 / 보라빛 해국 / 우암 은행나무 / 보리라는 말 / 붉은 열매 / 장미꽃 / 해당화 / 할매집 잔치국수
해설 ┃포항에 바치는 연서戀書 - 이달균
저자소개
책속에서
북위 36도, 포항
지도를 펼쳐 놓고 한때 몸 부리고 살았던 곳마다 점을 찍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잠시 유학했던 곳이나 거처를 두고 살았던 생의 좌표들을 빼고 우리 인생 탄착점 대부분은 현재 살고 있는 주변에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내게 모험과 도전이 결여된 성향을 보여주는 듯 집과 일터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위성 같은 점들을 보면서 그것이 자신의 성격을 빼닮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익숙한 것이 제일 편안할지 모르지만 대부분 사람은 늘 가던 커피전문점을 이용하고 식사 약속도 자주 가던 식당으로 정하곤 한다 게다가 입던 옷이 편해 어머니가 명절 빔으로 새 옷을 사줘도 잘 입지 않았던 기억도 있듯이 나는 북위 36도 포항에서 느리게 익어갈 것이다
2017. 11. 15
이날은 포항지역에 진도 5.4 지진이 일어난 날입니다 무고하신가요? 별고 없으신가요? 안녕하신가요? 괜찮으신 가요? 하는 흔하디 흔한 인사말마저 눈물겹게 느껴지는 저녁 무렵, 지진이 일어나고 난 후 약 1~2시간 동안 정말 이지 많은 분들이 심지어 외국에 계신 분들까지 지진에 대해 놀라워하면서, 근심하면서, 또 빠짐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걱정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의 공포보다 가족과 친지들과 이웃의 안위를 먼 저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모습들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험악해졌다고 하나 우리 안에 흐르는 마음의 온도는 시리고 쓰린 자리를 덮어주고 어루만지기에 충분하기에 사람이 희망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겨울은 빠르게 왔고 추위가 깊어질 때마다 내 몸도 조금씩 부서져 갔습니다 땅이 흔들리자 역설적이게도 사람에 대한 불신이 흔들리면서 이웃들이 새로운 뜻으로 다가오는 경험이었습니다 당신이 살아야 내가 살고, 그들이 있어야 14 15 내가 있다는 다시 한번 여쭙습니다 다들 무고하신가요? 별고 없으신가요? 안녕하신가요? 괜찮으신가요? 아아, 이토록 위태롭고 힘들게 살아있는 날에 받아보는 이 눈물겨운 인사 말입니다
보라빛 해국
찬바람 불면 바닷가에 피는 해국海菊은 가을꽃이다 따뜻하고 편안한 땅을 마다하고 바닷가 척박한 땅에 소금 바람 몰아치는 아스라한 해벽海壁에 목숨 던진 순교자자 같은 꽃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의 일도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내는 사람,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이웃을 위해 등불을 켜는 사람, 극지와 오지 세계 최고봉에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 그 사람들 모두 바닷가에 피는 해국이다 보라빛 해국을 볼 때마다 내 삶의 발자국이 어디쯤 머물고 있는지 돌아보고 진일보된 나의 세계를 위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고난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처럼 자신을 이기는 사람만이 해국과 같은 꽃을 피울 수 있고 저 해국처럼 당당한 자세로 살아가라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