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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5710003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6-01-22
책 소개
목차
소년
소녀
오래된 만남
바위그림
돌의 정령
돌아이
동산이?
자장가
결심
어머니괸돌
아버지괸돌
가을걷이
동산이의 방해
다짐
겨울나기
족장의 죽음
새 족장
붉은이리
겨울 가뭄
물난리
모두에게 괸돌을
핑매바위
돌아이 안녕!
띠메말에 승리를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영웅
리뷰
책속에서
이제 소년은 숨을 죽이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돌화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람인 건 분명하니까 돌화살을 쏠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몰래 숨어 눈으로 사슴을 좇을 때보다 더 긴장됐다.
소년이 성큼 해솔이에게 다가섰다.
“가까이 오지 마!”
해솔이는 엉덩이로 뒷걸음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년은 해솔이 눈앞에 죽은 토끼를 흔들어 보였다.
“배 안 고프냐? 이거나 잡아먹자.”
소년이 누런 이를 드러내고 히죽, 웃었다.
갑자기 그릇손이 돌아이의 손을 끌어 청동검 그림 위에 대었다. 손을 뺄 틈도 없었다.
그러자 바위그림에서 가느다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은은한 달빛인 듯 흘러나온 빛이 나중에는 환한 횃불처럼 붉게 빛났다.
돌아이는 데이기라도 한 듯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돌의 정령이 으르렁댔다. 그 바람에 옆에 있는 나무에서 잎들이 후드득 떨어졌다.
“저야말로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어요. 보세요, 날마다 그릇 만드느라 손이 다 부르텄다고요. 그래도 내 토기가 우리 마을 최고잖아요.”
알았다, 알았어. 그만 하자.
돌의 정령이 코를 고는 시늉을 했다.
섶말을 먼저 쳐들어가자고 한 것은 족장의 동생인 붉은이리였다.
“그 놈들 분명히 또 올 겁니다.”
붉은이리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는 띠메말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기운이 장사였다.
족장은 싸우기를 원하지 않았다. 전쟁이 나면 섶말 뿐만 아니라 띠메말도 피해가 클 것이었다.
“오늘 만든 게 신랑각시 괸돌이라지요?”
음식을 나르던 마을 아낙이 물었다.
“그렇다네. 쯧쯧.”
쌀과 콩, 기장과 보리를 섞어 만든 주먹밥을 먹으며 토기장이 대답했다.
“둘이 나란히 묻어줬으니까, 외롭지 않을 거예요.”
그릇손이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어제는 아기 괸돌도 만들었잖아요!”
물난리로 동생을 잃은 아이였다.
“나도 죽으면 괸돌 한 자리 차지하는겨!”
노인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제사는 잔치로 끝이 났다. 마을 사람들은 배도 부르고 마음도 든든했다.
“난 그릇 빚으러 갈 건데.”
그릇손이 앞서가면서 말했다.
“나도 거들까?”
동산이가 뒤따라가며 말했다.
“아서라! 내가 발로 빚어도 니들 둘보다 날걸? 하하하.”
돌아이의 청동방울 소리에 그릇손의 웃음소리가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