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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만화 > 만화그리기와 읽기 > 만화비평/만화이론
· ISBN : 9791195739509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6-04-1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이야기
《드래곤볼》의 구성과 줄거리
전체 구성
줄거리
세 번의 전환
《드래곤볼》의 이야기론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서유기》
무계획적인 이야기
제목을 넘어
추상에서 구체로
column 인기 만화가의 탄생
2. 군상
손오공 … 신체라는 기호
오공의 말투
두근두근 + 맑은 마음
손오공의 신체 ① 복장
손오공의 신체 ② 꼬리
손오공의 신체 ③ 얼굴
손오공의 신체 ④ 머리카락
손오반 … 2세라는 억압
세대교체는 왜 실패했을까
오반은 왜 강한가
오반은 왜 어두운가
손오천 … 차남의 반복
두 번째는 희극
피진에서 크리올로
column 〈주간 소년 점프〉라는 미디어
피콜로 … 이형의 도플갱어
괴기에서 SF로
피콜로의 이야기
마술과 과학
지구 변경론
베지터 … 여유와 초조
헤어스타일, 말투, 자존심
사이야인이란 무엇인가
스포츠 만화로 본 베지터전
프리저 … 작은 신체의 역설
진화와 변신
작은 전사들
노인과 아이
우주인으로서의 미래인
인조인간들 … 중계와 목적
변화하는 캐릭터들
2인조의 수수께끼
인조인간은 왜 강한가
존재에 대한 의문
셀 … 문명적인 괴물
과학의 아이
셀은 왜 멋진가
질문과 대답
마인 부우 … 마지막 적
column 반복과 패턴
거북선인 … 스승에서 노인으로
본질과 위장
거북선인 공동체
버추얼 노인어
부루마 … 1인 3역
크리링 … 그 시절 그대로
천진반 … 과잉과 결여
기술의 전도자
출신의 수수께끼
야지로베 … 또 한사람의 오공
치치 … 어머니라는 기능
비중의 변화
교육과 일
좋아하지만 서툰 것
트렁크스 … 절단하는 사자
두 명의 트렁크스
계통으로부터의 자유
그레이트 사이야맨 … 공전하는 자의식
미스터 사탄 … 이야기의 패러다임 체인지
미스터 포포 … 조역이라는 무의식
포포는 어떻게 보이는가
흑인으로서의 포포
column 신룡의 기원과 드래곤볼 사용법
3. 언어
드래곤볼의 언어 게임
의성어와 의태어
느낌표와 말줄임표
해설자의 말
레드퀸 가설
그림에 의미를 부여하는 말
《드래곤볼》의 담론 전략
네이밍에 관하여
명전자성의 논리에 저항해서
필살기에 대해서
《드래곤볼》의 자본론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싸움 스타일
수치 일원화와 서열
이야기의 추진력
column 시대의 거울로서의 《드래곤볼》
《드래곤볼》의 비교 작품론
마치며
옮긴이 후기
리뷰
책속에서
《드래곤볼》은 레드리본군과의 싸움 중 갑자기 등장한 살인청부업자 타오파이파이와의 사투부터 재미있어집니다. 타오파이파이는 인간 같지 않은 능력을 보여줍니다. 돌기둥을 발로 가볍게 ‘툭’ 차서 떼어내더니, 그걸 투창처럼 던진 후 그 위에 올라타고 날아서 이동합니다. 그전까지 《드래곤볼》에 나온 적과는 명백히 다른 타입의 적이 등장한 것입니다. 로봇이나 전투기 등의 병기를 사용하는 레드리본군의 ‘강함’은 인간의 연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타오파이파이의 강함은 예측이 불가능한 강함입니다.
타오파이파이에 의해 블루 장군과 보라(우파의 아버지)가 살해당합니다. 이 만화의 첫 사망자입니다. 그 전까지 사람은 발에 차이거나 주먹에 맞아서 기절하는 경우는 있어도 죽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블루 장군은 아라레의 박치기에 당해서 저 하늘 멀리까지 날아간 적도 있지만 죽지는 않습니다. 상처투성이가 돼도 조금만 지나면 상처 하나 없는 얼굴로 돌아옵니다. 이것은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서 제리를 뒤쫓는 톰이 가구에 깔려 납작하게 찌부러져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듯, 무슨 일이 있어도 죽지 않는 신체입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불사신이었던 블루 장군이 관자놀이에 타오파이파이의 혀 찌르기 한방을 맞더니 허망하게 죽어버립니다. 성지 카린을 지키는 보라도 심장을 창에 찔려 죽게 됩니다(보라는 드래곤볼로 되살아나는 1호가 됩니다). 그 후, 레드 총수도 부하의 총알에 이마를 꿰뚫려 죽습니다. 이전까지는 기호로서의 상처만 입던 육체에 이때 처음으로 죽음이 도입됩니다. 타오파이파이의 등장과 함께 이 만화의 규칙에 변화가 생긴 겁니다.
_<세 번의 전환>
《드래곤볼》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주간지 연재작이었기 때문에 미리 구성을 짜고 진행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개그와 섹시 코드를 섞은 꼬맹이의 모험담이 인류와 우주의 운명을 건 싸움으로 발전해갈 줄은 아무도 생각 못 했을 겁니다. 작가도 “세부사항이나 결말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대로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1권 저자의 말 중)라고 쓰고 있습니다. 또한 피라후에게 잡힌 오공이 거대 원숭이로 변신하는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놀랍게도 보름달을 본 오공이 괴물 원숭이로 대변신! 이번엔 작가도 쫄았다! 난 몰라~ 모른다구!” (21화)
적에게 붙잡힌 궁지에서 벗어나는데 ‘괴물 원숭이’로 변신시키는 아이디어 밖에는 생각해내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이후의 전개를 생각한 복선으로서가 아닌 궁여지책이었을 뿐이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코믹스 8권에 있는 질문 코너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크리링은 처음에 단지 ‘이상한 녀석’이라는 가벼운 기분으로 등장시켰습니다. 지금은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멤버로 성장했고 팬도 꽤 많아서 놀라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거북선인 할아버지도 처음엔 평범한 할아버지로 등장시킬 셈이었는데, 왜 밝히는 캐릭터가 되어버린 건지 영문을 모르겠네요(작가의 적당주의가 들통나버렸어…).”
가볍게 등장시킨 인물이 스토리가 전개되는 동안 중요인물이 되고, 반대로 처음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풍기며 등장한 인물이 용두사미 격으로 퇴장하는 일은 이후에도 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사탄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탄을 처음 등장시켰을 때 이렇게까지 중요한 캐릭터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냥 한 번 나오고 말 캐릭터라고 생각했는걸요.”
(《드래곤볼 대전집 2권》 토리야마 아키라 저, 集英社, 1995년)
_<무계획적인 이야기>
1978년 마지막 호의 〈점프〉에 〈원더 아일랜드〉가 실리면서 데뷔, 이듬해의 〈점프 증간호〉에 파트2가 실리지만 둘 다 독자에게 인기를 얻지 못합니다. 당시에 대해 토리야마는 “이후 1년간(500매 정도) 꽝이 쭈~욱 계속되었습니다”라고 회상합니다. 만화에 그다지 흥미 없어 보이던 토리야마가 왜 그렇게까지 만화가가 되려고 열정을 쏟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토리시마 편집자의 육성법이 능숙해서였을까요. 확실한 것은 토리야마는 취미의 연장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던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만화를 그렸다는 점입니다. 최근의 인터뷰에서도 다음과 같이 만화에 거리를 두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무렵을 제외하면 지금까지도 만화는 거의 읽지 않습니다.”
“그림 그리기는 취미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일로 치면 최고입니다.”
“(당시는) 만화가라는 직업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만화뇌 단련법》)
토리야마에게 있어서 만화는 내적 창작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수입을 얻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발언입니다. 《드래곤볼》 이후 눈에 띄는 창작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이제 충분한 수입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_<인기 만화가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