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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만화 > 만화그리기와 읽기 > 만화비평/만화이론
· ISBN : 9791195739578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9-06-3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언젠가 본 너의 이야기 …… 미나가와 유카
제1장 유니콘의 날
건담의 기점 …… 키리도시 리사쿠
제2장 붉은 혜성
인간의 가능성인가, 공동체의 질서인가 …… 홋타 준지
제3장 라플라스의 망령
캐릭터의 매력 …… 다나카 토코
제4장 중력 우물 밑에서
사자와 일각수가 의미하는 것 …… 구레사와 다케미
제5장 검은 유니콘
모빌슈트의 매력 …… 오카지마 유시
제6장 우주와 지구
‘UC’의 캐릭터 비즈니스 …… 오다기리 히로시
제7장 무지개 너머에
우주세기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가능성 …… 미나가와 유카
인터뷰 ‘건담 UC’와 비즈니스 전개
선라이즈 대표이사 사장 미야카와 야스오
좌담회 ‘건담 UC’에 도달하는 길
후쿠이 하루토시 × 후루하시 카즈히로 × 오가타 나오히로
특별기고 뉴타입 고찰
시론이자 사론 …… 후쿠이 하루토시
도큐먼트 오브 유니콘 2006~2014
마치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4세대기를 상징하는 기체는 NZ-000 퀸 만사일 것이다. 두정고 39.2미터라는 수치는 이전 모빌슈트의 2배다. 전비 중량은 264.7톤에 달하고, 13MW급의 3연메가입자포를 머리 부분에, 7MW급의 메가입자포를 가슴, 팔, 등에 각각 달았다. 마젤란급 전함에 필적, 혹은 능가하는 수치인데, 네오지온은 이 기체에 전함의 전투력을 쑤셔 넣은 것이다. 게다가 NZ-000은 거대한 바인더에 30기의 판넬을 장비하고 올레인지공격을 가한다. 하나의 모빌슈트에 부여할 수 있는 무기로서는 파격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리고 이 특성이야말로 1차 네오지온 전쟁의 성질을 그대로 그려낸다. 조직은 그 수명이 다해 혁명의 뜻도, 관료의 치밀함도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투쟁을 이어 가려는 의지는 이미 개인의 내부에 밖에 존재하지 않고, 얼마 안 되는 극소의 전장은 그저 개인의 무용을 뽐내는 곳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렇다면 4세대기에 극단적인 스펙이 부여된 이유도 납득할 수 있다. 조직이 조직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싸움의 주체가 개인으로 옮겨갔다면, 1기의 모빌슈트가 모든 전역의 임무를 소화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해야만 한다. 장거리에서의 저격, 중거리에서의 포화공격, 단거리에서의 총격백병전, 영거리에서의 격투도 소화하려면, 각 양상에 대응하는 공격을 갖추기 위해 페이로드가 증가하고, 그와 상극인 전투 속도, 기체 회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대한 제네레이터와 다수의 스러스터가 필요하다. 0070년대의 기술로는 이에 응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와 오거스타는 무버블 프레임 기술을 갖고 있었고, 이 기체 구조를 바탕으로 모빌슈트를 대형화했기에 이러한 요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적어도 카탈로그상으로는 가능했다. 물론 이런 기체는 극히 높은 제조 비용, 보수 비용이 요구되고, 이질적이라고 해도 좋을 여러 종의 공격을 순간순간 구분해서 쓰는 능력은, 일반 병사의 역량은 아니다.
_모빌슈트의 매력
1987년에 방영된 속편 ‘기동전사 Z건담’의 무대는 국가 간의 전면 전쟁이 아니고, 이전의 전쟁에서 승리한 연방군 내부에서 벌어진 내전이다. 일년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우주 시민의 자치권 문제에 대해, 억압을 강화하려는 강경파와 그런 태도 때문에 터진 일이라는 유화파 사이의 전쟁이었다. 지구 연방군의 주류는 강경파였고, 비주류인 유화파는 다국적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이 ‘그리프스 전역’이라고 불린 전쟁을 치른다. 이후 전면 전쟁의 시대는 끝이 나고, 지온군의 잔당이나 반연방 조직 등 탈국가주체와 연방의 한정 전쟁 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이 흐름을 ‘일년전쟁의 패배로 우주 시민은 국가적 규모의 전쟁을 다시 치를 만한 힘을 상실했다’라고 볼 수도 있고, ‘국가를 만들고 콜로니까지 떨어트리며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지만, 지구 연방이라는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없었다’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이후의 역사는 ‘테러리즘, 한정 전쟁을 메인으로, 연방 시스템의 피폐를 노리는 노선으로 선회했다’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패권국과 그에 대항하는 조직의 방식과 유사하다. 만약 ‘우주세기’의 전쟁이 기존 이미지인 국가와 국가의 전쟁인 채 그대로였다면, ‘기동전사 건담’의 세계관을 지금 다시 보기엔 구닥다리일 것이다.
_붉은 혜성
원래 ‘우주세기’는 건담 관련 서적·무크를 담당했던 젊은이들이 살을 붙여가면서 부풀리고 연표 등을 만들었던 것이고, 그것이 뻗어나가 가공 전기가 되었다. 이미지가 확장된 우주세기 연표는 이윽고 공식 설정에도 취사선택되었고, 건담은 하나의 방송이나 영화를 넘어선 세계관을 갖게 된다. ‘스타워즈’의 ‘에피소드 1’이 나중에 만들어진다거나 하는 방식이 이후에 등장했는데, 그 세계 내부의 시간을 착종시켜 가며 그리는 방식의 최초는, SF작품에 국한시키지 않아도, 건담인지도 모른다.
_건담의 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