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소담이의 일기
눈이, 참 많이 내리던 날
물방울이 눈물처럼 떨어지던 날
햇살이 부채처럼 펼쳐지던 날
바람이 씽 불던 날
온 동네가 하얗게 나이 들던 날
입김이 바람 되어 날던 날
유리창에 하얗게 꽃이 피던 날
까치가 빈집에 돌아오던 날
눈이, 참 많이 내리던 밤
해님이 새봄을 꿈꾸던 날
이야기를 마치며

"엄마!"
세정은 잠에 취해 눈도 뜨지 못했다.
"왜?"
소담이 몸을 일으켜 세정을 내려다봤다.
"이, 있잖아…"
"뭐?"
"그러니까, 저기…"
"저기, 뭐?"
"그러니까, 나 말이야…"
"응, 말해."
"나… 착해?"

빙글
긴 시곗바늘이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소담의 눈이 꼬복꼬복 닫혔다.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팔다리를 휘저으며 안간힘을 써봤지만 감긴 눈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통통한 볼살이 베개 위로 축 늘어지고 앙다문 입술이 도토리만 하게 헤벌어졌다. 코 고는 소리는 잠시 뒤에 이어졌다. 코-

"소담아, 왜 그래? 말 좀 해봐. 어디 아파? 아픈 거야?"
용자가 소담의 볼을 감싸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물은 물론이고 끈적한 콧물이 아랫입술까지 길게 들러붙어 있었다. 소담이 입을 열었다.
"하, 할머니… 안 왔어!"
"응, 뭐가? 뭐가 안 와?"
"산타 할아버지, 안 왔어. 어제… 안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