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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91196028473
· 쪽수 : 88쪽
· 출판일 : 2019-04-11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초점 없는 동공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플라스틱 재질의 인간 모조품. 그들은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서 새로운 의상을 과시하며 도시에서도, 한적한 거리의 상점에서도, 인간의 시선이 닿는 곳에 어디서든 존재한다. 그들은 작은 두상,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코, 긴 목, 비현실적으로 길고 가는 팔다리를 지니고 있다. 인간들이 이상적이라 여기고 동경하는 신체비율을 가졌으나 그 정도가 탈인간(脫人間)적인 그들의 외형은 친숙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냉소적인 경외심 혹은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그들은 어떠한 공간을 꾸며주거나(공간연출-MD 마네킹), 제품을 어필하고 착용 예시를 보여주거나(패션-프로덕트 마네킹), 연습 상대가 되거나(미용 실습용 더미, 의료용 더미), 정보전달의 역할을 하거나(박물관 마네킹), 때로는 산산조각나기도 하거나(자동차 실험용 더미), 심지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까지 수행하며(성인용 인형) 오로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 인간의 편의와 필요에 의해 인간의 손에서 대량생산되었기 때문이다. 마네킹이 인간을 흉내 내고 대체하는 기술은 점점 고성능화되며 사고력과 판단력을 가진 안드로이드 로봇으로도 발전되고 있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표정과 단단하고 차가운 피부를 가진 그들을 때때로 멈춰서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섬뜩하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아가 없는 인간의 모조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아가 없다는 것이 다행일 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번 사진집 를 통해 각자의 공간을 지키며 공존하는 그들만의 도시를 재현하고자 했다. 인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도시를 상상하며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공포스럽겠지만, 사진 속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국 치앙마이에 이어 대한민국 서울, 일본 도쿄 등 다양한 도시에서도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모습을 포착하려 한다. 매일매일 새롭고 다양한 마네킹들과 우연히 만나는 일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