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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6210847
· 쪽수 : 310쪽
· 출판일 : 2018-04-23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4 중에서>
“어떤 것이 제일 좋은 멸치지요?”
일하던 아저씨는 인지를 ㄱ 자로 구부려 보이며
“몸이 곧고 은빛이 나며 머리를 숙인 놈이요” 한다.
섬에서 몇 분 거리에 고깔처럼 생긴 ‘낭장망’을 세 개의 앙카에 고정시켜 쳐놓고 수시로 그물에 들어간 은빛 색의 멸치를 걷어 올려 끊는 물에 담가 삶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든가 하면 배가 터지면서 머리가 뒤로 자빠지는 하품의 멸치가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만들어진 멸치는 머리를 숙인 주바라고 하는 중간 정도의 멸치가 되는 것이다. 짜지도 않으며 은빛 색을 띤 바로 이런 멸치가 시장에서 주부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최상품인 것이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종래는 배때기까지 터진 건방진 놈은 죽어서도 하등으로 밀리는 신세가 되고, 죽더라도 몸을 바로 하고 머리를 숙인 놈은 인간의 사랑을 받는 최상의 멸치가 되는 것이다.
“나무가 흔들리면 잎이 떨어진다.’라고 경고한 공자의 교훈이 새로워진다.
곡식도 익으면 머리를 숙이는 법이다. 인간에게 잡혀 와 펄펄 끊는 물에 죽으면서도 계속 머리를 숙이고 자기를 낮추는, 새삼스레 ‘멸치의 교훈’을 음미하면서, 멸치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학창시절 어머니께서 늘 싸주셨던 멸치 반찬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지난여름 서해 스케치 여행은 좋은 그림을 얻은 것 이상의 수확이었다. 멸치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발견이 그것이다.
<#9 >
정 타령
인생은 서로 알아주는 맛에 사는 거라며
정도 굵은 정보다 잔정이 필요하다
<#34 중에서 >
케이크를 앞에 두고 둘레와 높이를 재며 먹는 사람은 없다.
그저 맛있게 먹으면 될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림은 수학이 아닌데
비례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보다
제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 놓으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그림은 즐겁게 노는 것이다.
즐거운 식사이다.
<#119 중에서>
내가 그린 그림, 방에서 보고 마당에 내다놓고 보고
학교에 가기 전에 보고 갔다 와서도 본다
방금 보고 또다시 보고프다
잘 된 그림 남 주기 싫고
안된 그림 더욱 남 주기 싫으니 그림은 그래서 팔려나가는가 보다
아이구 내 새끼야, 귀여운 것
그림 판 날 나는 대개 3차를 한다
그림 판 기쁨에 한 잔 하고
쌀 살 돈 생긴 기쁨에 두 잔 하고
딸(그림) 팔아먹은 아픔에 석 잔 한다
어쨌든 깨지더라도 3차 하는 날이 많았으면 한다
작품은 팔려도 섭섭, 안 팔려도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