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시인의 말

1부 그냥

갈 길 13
물푸레 14
눈물 15
귤 16
옷 17
그냥 18
원룸 20
동변(童便) 21
리얼스토리(real story) 22
새들 24
웃음 치료 26
홍어 27
장모님 28
우리 셋 30
종이컵 시인 32
발가락이 닮았다 34

2부 ㅠㅠ

오이 37
무제 38
들꽃 공소 40
사순 41
방 구들장 신부님 42
ㅠㅠ, 2015년 11월 12일 44
추모 미사 47
은화 48
라파엘라 50
동안(童顔) 51
겨울, 생극에 가다 52
오, 영세 54
아버지 학교 56
모세야, 우리 열공해서 인서울하자 58
콤포스텔라 1 62
콤포스텔라 2 64
물푸레 촛불 65
촛불 66
조캉 68

3부 돔부

식구 73
고무신 74
육손이 75
개떡 76
부네 달 77
지기럴 78
일하는 아이들 80
돔부 할미 82
밤하늘 83
민들레 84
미동산 85
저 달 86
서울 시 시골 시 87
병신춤 1 88
귀촌 1 90
귀촌 2 92
아 그렇구나, 2020 94

4부 퉤퉤

물푸레 별 99
시 도깨비 100
개미집 102
돌국 103
언저리 산유회를 가다 104
남부호프 화장실 106
최서해 108
우리 문장론 1 110
우리 문장론 2 112
촛불 시론 114
퉤퉤 1 116
퉤퉤 2 118
병신춤 2 120

해설
늙어서도 동안(童顔)인 윤한로 시인 - 김문영(시인) 121

그냥

추적추적, 떡갈나무
잎사귀 가을비 내리고
때로는 엉뚱하게
채석장 가는 협궤 열차 철로변
그 시절 황혼 여인숙에 들고 싶네
허름한 연장 가방 하나
비스듬 어깨에 메곤
숙박부에 조금, 거짓 이름 주소
서툰 글씨 몇 자로 깃들고 싶네
단, 하룻밤만
창턱 모과 물주전자 쟁반 물컵
지저분한 천장에 야광 별 뜨고
값싼 외로움의 장사치들,
허투루들과 함께 묵고 싶네
소멸이 소멸을 어루만져도, 이렇게
끝이 끝을 껴안아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되물으며, 언뜻 벽 너머 얇은 괴성
나 정처 없는 낱말이, 행간이 되어
흐르고 싶네, 굽돌고 싶네, 밤의 옆구리
추억의 궤짝 그때 황혼 여인숙
낡은 구두 한 켤레로 신세지고 싶네
또다시

사순

이마에 한 줌 재를 얹고
옷을 찢듯
마음을 찢고 시작한다
나는
씹을 것이다
깊은 참회와
참회로부터 우러나오는
버거운 희생 보속이
악습하고 싸움이
꿀처럼
다디달 때까지
나는
씹고 또 씹을 것이다
썰렁한 나날들
칼바람 가랑이 사이로 파고드는
저 재미없는 사십 일이
그래서
나는 좋다

돔부 할미

지호맹이랄거!
끽
뿌시기 한 대 피우곤
한 홉큼
비뚤어진 손마디로
하염없이 쓸고 앉았네
밥에 놔 먹으라고
아주 달다고
보은 버스 차부 앞에
해거름
고동색 뙤약 얼굴들
그
잘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