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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6280123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9-10-0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리안 오그레스 경감은 눈을 들어 검은 석유 바다 위로 날아가는 푸른색 에어버스를 쫓다가 다시 힘겹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50여 칸쯤 위에서 지베 경위가 뛰어내려왔다.
“증인을 찾았어요!” 경위가 스무 칸가량 남은 계단에서 소리쳤다. “아주 중요한 증인이에요!”
마리안 오그레스는 계단 난간을 움켜쥐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등에서 땀이 흘렀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 게 너무 싫었다. 몸무게가 늘자 땀도 비례해서 늘었다. 빌어먹을 인생. 점심은 대충 먹고, 저녁은 소파에 드러누워 보내고, 홀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 조깅은 늘 미룬다.
허겁지겁 뛰어온 지베 경위가 마리안에게 회색 쥐 모양의 털 뭉치를 내밀었다. 축축했다.
“이걸 어디서 찾았어?”
“저 위에서요. 알렉시스 제르다가 도망치다가 버린 게 분명해요.”
경감은 아무 말 없이 축 늘어진 털 뭉치를 집어들었다. 세 살짜리 아이가 만지고, 빨고, 깔아뭉개 해진 인형. 마치 극도의 공포를 목격한 듯 검은 구슬로 된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지베의 말이 맞았다. 그녀가 들고 있는 건 증인이었다. 도망자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아주 중요한 증인. 심장을 떼어버려 영원히 말할 수 없게 된 증인이다.
마리안 경감은 인형을 움켜잡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
아이 스스로 인형을 버릴 리는 절대 없을 텐데.
그녀는 인형의 털을 쓰다듬었다. 갈색 자국이 있었다. 틀림없는 핏자국이다. 100여 칸 계단 아래에 있던 핏자국과 같은 걸까?
아이의 피? 아니면 아망다 물랭의 피?
“계속 올라가, 지베! 서둘러!” 경감은 다급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지베, 즉 장 밥티스트 르슈발리에 경위는 지체 없이 명령에 따랐다. 순식간에 다섯 계단이나 경감을 앞질렀다. 마리안 오그레스는 발을 내디디며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잠시 멈추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시급한 질문 하나가 맴돌았다.
어디로 갔을까?
기차, 자동차, 지하철, 장거리 버스, 비행기…. 알렉시스 제르다에게는 영영 사라질 방법이 수천 가지나 있다. 두 시간 전에 경고방송을 하고, 사진을 붙이고, 수십 명을 동원했어도 제르다는 유유히 사라질 수 있다.
어디로, 어떻게 도망칠 것인가?
한 계단, 이어서 또 한 계단.
어디로, 어떻게, 왜?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생각해보자.
왜 인형을 버렸을까?
왜 아이의 인형을 빼앗았을까? 울부짖으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을 텐데. 자신과 엄마 냄새가 밴 인형과 떨어지느니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고 싶어 했을 텐데.
바닷바람이 역겨운 석유 냄새를 실어왔다. 멀리 컨테이너 운반선들이 르아브르 항에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