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의 바다

1. 전봇대 위의 까치 소리(1991) - 5
2. 동굴 속의 내려가 줌(1991) - 62
3. 가뭄으로 타는 혼(1995) - 81
4. 변명(1994) - 129
5. 샤샤(1993) - 173
6. 배반의 바다(1990) - 218
7. 지금의 끝에서(1992) - 277
8. 영원한 휴가(1995) - 335

갑판장이 끼어들었다. 나는 어느새 짠물을 경배하는 어부가 되어갔고 그런 변화로 자연스럽게 뱃놈이 된 데 대해서 열등감을 가진 적은 없었다. 우리가 그렇게 자존감이 높은 족속은 아니었을 테니까···. 광부나 어부나 모두 거기서 거기일 뿐이었다.

바다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만년설이 녹아 하얀 물줄기가 되어 골짜기마다 우윳빛으로 흘렀다. 고운 안개가 깎아지른 연안의 절벽에 부딪혀 멈추기도 했다. 낮은 언덕을 골라 이끼류가 넓게 자리했다. 양지 밑엔 누런 바위 흙이 부서져 날렸다. 이 땅 위엔 잠자리나 개구리 같은 것들은 살지 않았다. 눈과 바람과 추위와 태고의 적막이 이 땅의 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