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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89883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11-27
책 소개
목차
소설
버디 무비 / 최범석
발가락 / 공준원
살라만더 / 유희주
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외 4편 / 강동욱
논픽션
자퇴 계획서를 제출합니다 / 박지희
드라마
구세주증후군 / 이학민
비평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은 이야기 ― 김종관, 《아무도 없는 곳》(2021) / 배해웅
아동용의 반란 ― 영상 동요 ‘아기상어’로 바라본 키즈 콘텐츠의 전망 / 김정현
가장 작고 가장 큰 나의 노래 ― 세븐틴의 미시 서사 / 정주연
저자소개
책속에서
등교해 의자에 앉는 너에게 야구부 애 하나가 시비를 건다. 못 들은 척하고 책상 고리에 가방을 건다. 3학년 2반 애들은 너를 취두부라고 부른다. 썩은 고등어, 홀아비, 낫토, 취두부는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듣던 별명이다. 너는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 무슨 냄새인지 맡지 못한다. 샤워할 때 아무리 몸을 박박 닦아도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 영우 짝꿍은 가위바위보 진 놈이 가라. / 2학년 때 담임 선생이 학급 자리를 정하면서 말했다. 다들 주변에 앉기 싫어해서 너는 왼쪽 맨 뒷자리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3학년으로 진급한 후에도 뒷자리를 고집했다. 아무도 뒷자리에 앉은 너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 최범석, 「버디 무비」
나를 무능이라 부르는 놈들은 나를 끌고 운동장으로 데려갔다. 그러고서 나를 자신들의 이능력 실험 대상으로 사용한다. 말이 실험이지, 자신의 이능력으로 나를 공격하는 것뿐이다. 한때는 내 양팔을 두 사람이 붙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내가 점점 무기력하게 맞아주기만 하면서 더는 날 붙잡지도 않았다. 내가 할 일은 그저 저 녀석들의 불꽃에, 얼음에, 번개에 고통스러워하다가 다시 일어나는 거다.
― 공준원, 「발가락」
묘는 나를 붙잡고 보폭을 크게 해서 걸었다. 묘와 함께 걷는 게 너무 오랜만의 일이었다. 성채에서 살기 위해서 우리는 늘 일을 해야 했고 관광객들의 지갑을 훔칠만한 빈틈을 찾기 위해 나는 언제나 그늘에 숨어 있어야 했다. 그게 묘가 나와 함께 사는 이유였다. 서로의 관심사와 좋아하는 것들을 묻고 이야기하기에 나는 늘 지쳐 있었다. 묘만이 항상 듣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혼자 주절거릴 뿐이었다. 나는 지갑을 훔치기 전, 이따금 묘가 그들과 걷는 것을 보곤 했다. 관광객들은 묘를 보면 안타까운 표정을 짓다가도 결국엔 웃어주었다. 나는 그럴수록 더더욱 골목 안쪽으로 숨었다.
― 유희주, 「살라만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