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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997854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1-01-20
책 소개
목차
1. 시크릿 가든
2. 대금 소리
3. 숲을 지나서
4. 하늘에 띄우다
5. 잡초
6 빨간 구두 1
7. 노안
8. 인연
9. 낙서 이야기
10. 그대를 안고
11. 시계
12. 하루살이
13. 등산로
14. 객
15. 글의 자존심
16. 살아가기
17. 쉽고 어려운 말
18. 아래로 흐를 그때쯤
19. 불투명 한 날
20. 초심
21. 그 숲
22. 추억은
23. 물 마중
24. 여름밤
25. 그루터기
26. 기억의 틈
27. 항상
28. 오일장
29. 출근길
30. 너를 그리다
31. 오수
32. 사라진 것
33. 천상가을
34. 시월
35. 아프고 또 그리울 뿐
36. 코스모스
37. 사소한 아침
38. 어느덧
39. 애틋하다
40. 마음 거리
41. 가을이면
42. 가을은 참 맑다
43. 해당화
44. 솟대
45. 흰 꽃 그리기
46. 내일
47. 나는 아직 모르겠다
48. 지금은
49. 당신의 꽃
50. 산사
51. 이별이 없다면
52. 강(江)
53. 연(蓮)
54. 그즈음
55. 후회
56. 가을에 비가 내리면
57. 겨울 익히기
58. 가을들녘
59. 비대면
60. 서글픈 계절
61. 물방울
62. 부레옥잠
63. 시절
64. 찻집
65. 그대인 이유
66. 동성로에서
67. 황태덕장
68. 여유
69. 맑음
70. 순정
71. 지고지순
72. 영지사
73. 청승
74. 빨간 구두 2
75. 밤빛
76. 겨울표정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종재 시인의 “낙서이야기”는 시 전체바탕이 서정성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서정적 패턴은 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감수성을 불러올 정도로 손색이 없다.
시간 따위 녹슬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상,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시간은 이미 어둑한 거리를 달리고 (시크릿가든) 바람 타고 날아가서?구름 속으로 사라질 줄 알았는데 허공을 한 바퀴 돌아서 시냇물 위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하늘에 띄우다) 자못 시인의 시상은 자유롭다.
시간을 통해서 거리를 휘젓고 바람, 구름, 허공, 시냇물 등 세상의 어느 것이든 허투루 보지 않는다. 당연히 시인은 그래야 한다. 항상 시선은 어느 한 곳에 정지되어 있으면 안 된다.
바람을 타고 다니다 한번이라도 땅에 닿았을 때 아늑하고 햇살 좋은 숲속이면 더할 나위 업을텐데... (잡초) 라고 말을 하는가 하면 온몸으로 날리며 사는 듯 죽는 듯 그렇게나마 살 수 있는데 바람아 안쓰러움 버리고 머나먼 곳으로 데려 주기만 한다면 더는 지나쳐도 상관없다.고 능청도 부린다.
한 편의 시를 보자.
낙서 이야기
낙서는 비름박에
석분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땅따먹기하던 흙바닥에 작대기 하나만으로도
골목 또래들 모두를 그릴 수 있었고
분필 하나면 학교 변소 다섯 번째 칸 벽에
욱이는 지야를 좋아한다
흉 같지 않은 흉으로 독한 냄새를 지웠고
사회책에 이십일 페이지 우측 맨 아래부터 시작한
로켓은 다음 페이지 그다음 페이지를 지나면서
조금씩 위를 향해 올라
책갈피를 휘리릭 넘기면
책을 벗어나 우주로 사라졌다
어느 날
흐르는 세월 따라 희석된 기억이
문득 추억으로 떠오른 날
욱이와 지야 소식이 궁금해진 그리움이
스스로 되돌아왔다가 이내 사라진다
그 시절 그 로켓은
추진체를 모두 소모하고 우주 속을 떠돌며
다시 소환되길 바라고 있을 텐데
기억은 점점 더 지워져 가는 낙서일 뿐이었다
이 시 “낙서이야기”는 이 시집 제목이면서 시집 전체의 시를 잡아 줄 수 있는 시가 아닐까. 흐르는 세월을 따라서 뭔지 모를 희석된 옛 기억이 문득 추억으로 떠오른다. 그러면서 구체적이진 않지만 궁금해진 그리움이 아쉬움에 결국 스스로 되돌아왔다가 이내 다시 사라진다. 그 기억은 결국 점점 더 지워져 가는 낙서로 낙인 찍여져 버린다. 시인의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결국 되돌아 오늘 메아리처럼 돌아가지 못했던 슬픔이 기다리는 세월만큼 깊을까 당신을 떠나온 하늘에 문득 떠올려지는 추억이라면 (쉽고 어려운 말) 흥얼대는 순간에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인생에 있어서 과거의 기억들이 그런 것이 아닐까. 기억의 창고에서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 아쉬운 것이다.
비로소 “그 숲”이라는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난다. 시를 잠깐 보면
예전에 보았던 그 모습이다
깊고 쓰라린 기억은
썩은 낙엽에 묻혔는지 흔적도 없다
아직도 남은 인연의 끈적함으로
숲에 남겨놓은
아득히 그리운 추억 그 속에
온전히 들어설 수 있는 그날이 오면
돌아오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추억은
얼핏 지나간
기억이 아름답다
얼핏 스친 풍경처럼
또렷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지워지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사라지고 없다
아득히 그리운 추억 그 속에 추억은 얼핏 지나간 기억이 아름답다. 라고 말한다.
시 곳곳에 나타는 시인의 서정성은 슬픈것처럼 보이면서도 슬프지 않고 기쁜것처럼 보이면서도 기쁘지만 않다. 그것은 시인 자신의 몸속에 내재되어있는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큰 한숨 한 번에 소스라치게 달아날까 미소만 머금고 하늘에만 살짝 남긴다(천상가을) 눈을 떠보니 너는 보이지 않고 다녀간 흔적만 남았더라(시월)등등 시 곳곳에 묻어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