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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일반
· ISBN : 9791197023224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0-08-14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영원히 20대 청년으로 남은 '미완의 삶'
◆강릉 솔밭에서 뛰어놀던 개구쟁이 시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7년
◆윤동주와 함께 ‘용정 시인’으로 불리던 학창시절
◆몽양 여운형을 만나다
◆두번의 옥살이 후 끝내 주검이 된 신혼의 남편
◉2부. 심연수의 문학 세계
쓰고 또 쓰고, 쓰다 간 삶
◆시 감상 1…유랑자의 삶, 디아스포라적 감수성
◆시 감상 2…꿈에도 그리운 나의 살던 고향
◆시 감상 3…청춘의 외로움, 그리고 방황
◆시 감상 4…(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달래며)
◆시 감상 5…여운형을 만난 후 달라진 세계관
◆수필
◆일기
◆편지
◉3부 발굴 비하인드 스토리
◆심연수 발굴기
◆땅 속의 ‘글항아리’, 그 사연과 발굴 이야기
◆최초 발굴자 인터뷰
◆덧붙이는 글
◉나가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윤동주와 동시대를 살다 간 또 한 명의 불운한 남자가 있습니다. 윤동주보다 6개월 늦게 태어났고, 윤동주보다 6개월 뒤에 죽은 남자. 중국 용정의 부유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윤동주와 달리, 강원도 강릉의 가난한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나 연해주와 북간도를 떠돌며 청소년기를 보낸 남자. 윤동주와 같은 시기에 용정에서 학교를 다니며, 나라 잃은 설움을 시 창작으로 달랬던 남자. 학창 시절 신문에 시를 발표하면서 '미남 시인'으로도 소문이 자자했던 남자. 일본으로 유학 떠나 윤동주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시를 쓰며 나라 잃은 울분을 삭혔던 남자. 일제에 저항하다 해방되기 6개월 전 감옥에서 숨진 29살의 윤동주와 달리, 해방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중국 땅에서 일제의 총에 맞아 객사한 28살의 남자. 그 남자는 당시 결혼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신랑이었고, 신혼의 아내 배 속에는 이 남자의 아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심연수입니다. (서문 중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이름도 낯선 먼 땅으로 떠나기 전날, 할아버지는 심연수를 데리고 경포 해변 백사장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손자의 손을 잡고 한참을 말없이 망망대해만 바라보았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 땅을 두고 물 설고 낯 설은 먼 이국 땅으로 떠나는 심사가 복잡했을 것이다. 아마도 어린 손자에게 마지막으로 고향의 풍광을 가슴에 새겨 주고자 하는 할아버지의 깊은 뜻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여정의 길잡이는 심연수의 삼촌 심우택이었다. 항일 무장 독립군인 그는 19세이던 1914년에 소설 ≪화수분≫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했다. 그 시절 많은 지식인들이 그랬듯이, 농사를 짓는 틈틈이 글을 쓰던 심우택은 3.1 만세 운동을 기점으로 독립투사로 변신했다. 이후 일제의 탄압이 점점 거세지자 울분을 참지 못한 심우택은 본격적으로 항일 투쟁을 시작하기 위해 펜을 놓고 연해주로 건너갔다. 그는 연해주에 근거지를 둔 항일 단체인 ‘홍범도 부대’에 몸담았다. 봉오동 전투 이후로 홍범도와 관계된 항일 투사들에 대한 감시망이 삼엄했기 때문에 집을 떠난 심우택은 한번도 고향을 찾은 적이 없었다. 따라서 두만강을 건넌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 뻔한 그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표정은 미덥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