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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7033049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0-09-08
책 소개
목차
이사한 우리 집
그림자 연극
놀라운 소식
항암 치료
우리 엄마 아냐!
엄마! 미안해요
컴퓨터 속 일기
국토 순례
수술
편지
유언장
진짜 이별
엄마의 마지막 선물
저자소개
책속에서
2002년 O월 O일
..... 난 오래 사는 걸 바라지는 않는다. 내가 소망하는 건, 내가 더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건, 최소한 내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나이까지만 더 사는 거다. 정말로 그때까지만 더 살고 싶다. 그것마저도 지나친 내 욕심일까? 난 분명 그때까지 살 수 있을 거다.
엄마의 글을 읽으면 죽음이 우리 집 문턱에 다가선 것 같다가도 문득 희망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엄마 스스로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엄마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이은이를 찾아갔다. 내 슬픔이 내 절망이 온몸에 퍼졌다.
“엄마가 그렇게 걱정되면 왜 옆에 안 있어? 그냥 오면 어떻게 해?”
이은이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옆에 있으면 어쩌면 엄마가 죽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 말이야?”
이은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엄만 날 안 보고는 절대로 죽을 수 없어. 내가 보고 싶어서 그냥은 못 가실 거야.”
갑자기 설움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앞으로 병원에 안 갈 거야. 정말이야. 이은아.”
난 울음을 삼키고 소리치며 이은이 품에 안겼다. 이은이는 그제야 내 말이 이해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창가의 햇살도 눈부시고 새들도 노래하는데, 내 맘에 부는 차가운 칼바람은 멈추질 않고, 엄마가 내 안에서 서성이는 것 같았다. 문득 고개 숙여 엄마 없는 이 길을 걷다가, 고개 들면 엄마가 보일 것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엄마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보다 걸음을 멈췄다 다시 아빠를 따라 걸었다.
난 아직 엄마를 보낼 준비를 하지 못했는데 엄마는 내 곁을 떠났다. 날 보지도 않은 엄마가 정말로 떠난 걸까? 믿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