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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감독/배우
· ISBN : 9791197317958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2-04-2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_장 프랑수아 로제
작가론
이창동 영화에 드러난 현대 영화의 테제 _김영진
작품론
[초록물고기] 두 세계 사이의 아이러니 _박인호
[박하사탕] 시간의 역설을 추적한 현대 한국 영화의 랜드마크 _장병원
[오아시스] 모두가 해결해야 할 너무나도 많은 모순 _리처드 페냐
[밀양] 비밀스런 빛 속에서 벌이는 숨바꼭질 _퀸틴
[시] 그러니, 보라 한다 _정지혜
[버닝] 교차하고 틈입하는 환상과 실재의 서사 _조너선 롬니
인터뷰
비밀의 빛을 찾아서 _김혜리, 이창동
이창동 필모그래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설가 출신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창동의 영화에는 (최근작으로 올수록) 문학적인 것, 시적인 것이 없으며 좋은 의미로의 아름다운 것조차 없다. 문학적인 것, 시적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는 단지 일어나는 일만을 연출한다.
이창동의 영화들에서 인물들은 배우들이 아니라 그 인물들 자체가 연기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감독이 정해놓지 않은 굴레 속에서 스스로의 경계를 깨고 나아가며 (혹은 그럴 것을 요구받으며) 관객을 자극하려는 전시적 에너지가 아니라 스스로 파괴되는 몸의 고통을 통과한 끝에 얻게 되는 배역으로서 그 인물과 동화되는 단계에 이른다. 이창동의 영화는 “정치적, 윤리적, 심리적, 사회적 척도로 등장인물과 그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을 거부한다.”라고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를 평가한 앙드레 바쟁의 이상과 비슷한 지점을 공유한다. 실제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그는 비본질적인 것을 벗겨내는데, 이는 이야기 관습, 형식적 꾸밈, 연기의 정형과 같은 것들이다. 이창동의 영화들에서 의미는 고정되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현실 속에서 터져 나오도록 하는 길을 지향한다. 그럼으로써 리얼리티는 재현하는 게 아니라 겨냥하는 것이라는 현대 영화의 테제를 따라간다. _김영진, ‘이창동 영화에 드러난 현대 영화의 테제’
이창동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얼룩처럼 남은 미스터리의 흔적을 곱씹어보며 영화가 드러낸 삶에 대해 생각함을 뜻한다. 숙고의 시간은 이창동에게도, 관객에게도 살아감의 의미와 부지불식간에 덮쳐온 고통의 이유와 아이러니로 점철된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삶의 복합성과 살아감의 모순과 아이러니가 뒤섞인 세상을 재현하는 이창동의 의지는 희비가 교차하는 삶이라는 상투어조차 발 디딜 수 없게 만든다. 그의 인물들이 고통과 슬픔과 상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기 때문일 것이고, 그들이 손에 붙든 것이 오답일지라도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투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삶이라는 자조적 태도도 이창동의 영화에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그의 영화에서 아이러니는 인물을 시험에 빠트리는 도덕적 결단이 행해진 이후에도 삶을 영위하도록 그에게 최후의 결심을 요구하는 데서 발생한다.
이창동의 영화는 인물을 추동하던 삶의 비밀 혹은 비밀스런 삶의 흔적을 쫓는 추적의 끝에 무엇이 놓일지 쉽게 해답을 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관객의 시간은 극장을 나서면서 시작될 것이다. 그의 영화에서 안간힘을 다해 붙잡으려는 삶으로부터 되레 이탈하는 자들조차 삶을 사랑하고 세계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을 보게 되기 때문이고, 그들이 아이러니한 세계의 다양한 양태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직면하더라도 세상과의 투쟁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초록물고기〉는 개봉으로부터 25년이 흐른 지금, 변함없이, 여리고 길쭉한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요동치는 모습을 남겨주었다. 나에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_박인호, ‘두 세계 사이의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