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비비안

드물지 않게들 신발을 한 짝만 잃어버리거나 버리는 건 아닐까. 오늘 역으로 가는 길에 그런 신발 하나를, 여자 신발 하나를 사진에 담았다. 나는 폭력적인 장면을 떠올렸다. 여성이 뒤쫓아오는 사람에게서 정신없이 달아나다가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신발을 카메라에 담자 그 외로움이 내 것처럼 다가왔지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남겨진 신발 한 짝의 외로움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맹렬한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발에 여전히 신긴 나머지 한 짝을 전제하지만 나의 외로움은 그렇지 않으니까.

커다란 보폭으로 크게 팔을 휘두르며 마음 속 거친 바다를 노 저어 갑니다.

사진들은 특정 인물, 즉 나를 다시 가리킬까? 나는 전시를 보러 갈 때마다 곰곰이 생각한다. 작품들 속에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보이는가? 나는 작품들 뒤로 숨겨질까, 아니면 반대로 드러날까? 나는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내레이터’야말로 실제 주인공인 것이다.